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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재판에서 제3자 되는 성폭력 피해자... "피해자도 재판 참여해야"

[현장] 국회서 열린 형사소송절차상 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

등록 2024.07.22 20:39수정 2024.07.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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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형사소송절차상 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형사소송절차상 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유지영

형사소송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보다 넓혀 피해자가 형사소송에서 단순히 증인으로 머무르지 않고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형사소송절차상 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안지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피해자가 형사소송에서 주변인으로 머무르는 이상 담당 경찰, 검사, 판사가 누구든 피해자는 소외되고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최근에 발의된 관련 법령 개정안은 주로 피해자의 재판기록 열람·등사권 강화에 관한 것인데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안 변호사는 "현재는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만을 도마 위에 올리고 쪼개어 피해자가 단어 하나라도 잘못 이야기하는 부분이 없는지 계속 본다"라면서 "오래 끌다가 선고된 한 성폭력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진술을 완전히 번복했는데 1심에서 무죄가 났다. 아마 피해자가 이 정도로 진술을 번복했다면 무고죄로 입건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방어권이 중요하다는 국가주의적 사고를 전환시켜서 피해자에 대한 증인(으로 머물게 하는) 패러다임을 철폐해야 하고 피해자를 형사 절차에서 소외시키지 말고 당사자로 역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공동 주최로 참석한 곽상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수사 기관이나 재판에서 피해자는 현재 당사자가 아닌 제3자다. 실제로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에 수사권을 주고 재판기관에 재판권을 주는 이유는 국가기관이 내 피해를 밝히고 제대로 판단할 거라는 기대 때문인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의 권리가 확대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돼야 할까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형사소송절차상 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형사소송절차상 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유지영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독일과 일본의 형사 소송 절차를 소개했다. 전 입법조사관은 독일의 '부대공소제도'를 소개하면서 "검사의 공소유지 활동이 피해자의 의사에 부합하지 아니할 경우 피해자가 검사의 공소유지 활동을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과 피해자가 재판출석권, 법관 기피신청권, 피고인이나 증인에 대한 질문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일본 또한 피해참가인으로서 공판기일에 출석할 권리, 증인신문권, 질문권 등이 주어진다. 

피해자가 형사소송 과정에서 실질적 당사자로 인정받는 것이 피해 회복에도 중요하다는 말도 오갔다. 반성폭력 활동가인 '연대자D'는 한 아동청소년 성폭력 재판에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감형됐으나 피해자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재판부가 피해자가 2심 재판 중 의견진술을 할 수 있게 먼저 알리고, 이를 경청했으며, 감형을 하게 된 경위와 이유를 피해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그 모든 과정에 피해자에게는 피해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 된 것이다"라며 "피해자가 바라는 '엄벌'은 단순히 중한 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형사소송절차 전반에서 실질적 당사자로서 존재를 인정받고 보호받는 것에서 시작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피해자의 소송절차상 참여 보장이 법정에서의 2차 피해를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생각한 사정'을 묻는다. 이는 가해자의 강간통념을 재판정이라는 공론장에서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라면서 "법정에서의 2차 피해 문제는 애초에 질문 자체가 잘못 구성되어있는 한 절차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권김 소장은 "'성폭력'이라는 문제로 드러난 '구조적(젠더) 부정의' 문제는 법정에서 모두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라면서 "(형사소송에서) 피해자의 권리, 참여권 보장이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권리만 보장되면 피해자에게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또한 "형사재판에서 성폭력 범죄는 가장 주요한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인데,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인 증거로 남아 있으려면 피해자가 피의자 내지는 피고인의 진술과 분리된 객관적인 영역에 남아 있어야 될 필요도 있다. 피해자가 당사자화되는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좀 더 객관적인 증거 제출 의무가 강화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민사 재판에서 그런 경향이 많이 관찰된다"라는 점을 들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의 '강간통념' 역이용하기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의 문제 역시 언급됐다. 최근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1심 무죄 선고율이 2021년 5.1%였으나 1년 만인 2022년 31.5%로 6배 넘게 증가한 바 있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국민참여재판에 한계가 있다면서 "아무래도 짧은 시간에 이뤄지니 섬세한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성폭력 사건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여전히 강간통념이 강력한 힘을 발휘해 유죄를 가리키는 사실이 드러나도 눈을 감는 경우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현실이 이렇다 보니 성폭력 사건 변호사 시장에서 국민참여재판은 유리한 대응전략으로 공유, 활용되고 있다"라면서 "이런 생각이 성폭력 피해를 의심하게 만들고 피해자다움과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여 단일 사건을 넘어 성폭력 피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념을 지속한다는 문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의 불확실성의 문제를 무겁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란 부소장은 최근 성폭력 가해 변론의 시장화 경향을 들면서 "성폭력 변론 전담 로펌들의 대응은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이 행한 가해사실보다 축소하여 처벌받을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고, 자신이 법정형과 양형기준을 고려하여 처벌받았다 하더라도 억울하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라며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수사재판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가해자가 감형될 수 있다는 불안을 갖게 하여 가해자, 피해자 모두 사법적 해결과정을 과잉대응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런 시장화는 피해자만이 아닌 피고인에게도 득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도 따랐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법률사무소 진서)는 "법원은 유죄를 선고하는 경우 피고인이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사정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판단한다. (성범죄 가해 변론 시장화를 겨냥해 만들어진 변호사 유튜브 콘텐츠에서 나온) '사과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과연 피고인을 위한 것인가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성폭력피해자 #형사소송 #열람등사권 #국민참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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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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