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가 약한 채로 근력운동을 하면 다칠 수도 있다던데
픽사베이
나는 늘 식탁의자에서 나비다리를 한 채 밥을 먹었다. 나름 관리한다고 등받이에 꼬리뼈가 닿을 만큼 깊숙하게 앉아서 등을 폈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나비다리는 무릎 앞 관절에 체중 7배의 하중을 준다고 한다. 밥을 천천히 먹은 날 무릎이 유난히 뚝뚝거렸던 이유가 다 여기에 있었다.
수영 강습 중 평형에서 발차기 후 몸을 뻗어서 글라이딩을 꼭 하라고 한다. 나는 글라이딩 할 때 몸이 기우뚱한다. 강사는 코어 힘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접영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것도 코어가 약해서라고 했다. 나는 수영을 좋아하는데 수영은 나를 안 좋아해서 코어는 애증의 단어가 됐다. 그런데 내가 나서서 코어를 약화시키고 있었다.
코어 강화를 위한 방법이 또 있다. 걸을 때 배꼽을 등에 붙인다는 느낌을 가질 것, 항문에 힘을 줄 것, 귀와 어깨가 최대한 멀리 있다고 생각할 것, 이렇게 세 가지다.
2주 동안 걸을 때마다 이걸 생각했다. 해보니 중요한 발견이 있었다. 핸드폰을 보면서 걸으면 정확하게 이 세 가지를 반대로 하게 된다. 결국 2주 동안 도보 이동할 때 핸드폰을 보지 않았다.
그게 뭐 별 거인가 싶었는데 매우 별 거였다. 첫 사흘간은 뭔가 빼놓고 온 것처럼 허전했다. 그 다음 사흘은 길에 다니는 사람들의 90프로가 걸으면서 핸폰에 코를 박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근육 7kg로 1억 가치를 창출하는 건 아직 자신없다. 나비다리를 버리고, 걸을 때 핸드폰을 버려서 코어를 지키는 건 해볼 만하다. 길가는 사람 90프로가 안 지키는 걸 나 혼자 지킨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가치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2주가 지나고, 몸과 마음에 작은 변화들이 스며들었다. 도로 위의 바쁜 사람들 속에서 나만이 홀로 비밀을 아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작은 변화를 누군가 알아차리게 될지, 혹은 그저 나만의 고요한 혁명으로 남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습관 하나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깊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더 깊이, 더 넓게, 더 생생하게 채워진다. 1억은 우습게 번다는 랜선 속 이야기도 '그러시든지요' 하고 그냥 넘길 수 있는 단단함이 생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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