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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모으려고 나비다리를 버립니다

바른 자세로 2주간 살아보니 걸을 때 핸드폰을 보지 않습니다

등록 2024.07.24 13:09수정 2024.07.2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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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억이 없다. 우리집은 샐러리맨 남편 월급으로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4인 가정이다. 이런 집에 1억 있기는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랜선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들 그정도는 가뿐히 있는 거 같다. 그러니 랜선에 오래 머물면 남는 건 자괴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성 랜선 방황증을 끊지 못하던 어느날, '운동으로 1억 벌기'라는 제목을 봤다. 어그로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내 엄지손가락은 본문을 클릭했다. 

50대 이후 근육 1kg는 1,300만 원~1,700만 원 정도 가치를 갖기 때문에 근육 7kg을 만들면 1억을 버는 일이다, 라는 논리다.
 
 근육 7kg은커녕 700g도 어렵다
근육 7kg은커녕 700g도 어렵다픽사베이
 
말이 쉽지, 근력 운동을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순수 근육만 7kg를 늘리는 건 정말 어렵다. 역시, 내 인생에 1억은 없는 건가 싶은데 알고리즘이 그런 내게 용기를 내라며 어떤 의사의 인터뷰로 이끈다. 

그 의사는 나이 들수록 코어가 튼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 아는 얘기인데 그 방법이 신박하다. 아빠다리, 혹은 양반다리로 불리다가 지금은 나비다리가 된 그 자세가 코어를 약하게 한다고 한다.

나비다리야말로 한국인에게 가장 편한 자세가 아니었던가. 멀쩡한 소파를 두고 바닥에 나비다리로 앉아 소파 다리에 등을 기대는 게 한국인 기본자세다.

좌식 생활이 무릎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 나비다리 역시 그렇다라는 말은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그게 코어랑 연결된다는 말은 처음이어서 더 집중했다. 


나비다리는 허벅지 안쪽근육(내전근)을 약하게 만드는 자세인데 내전근은 코어와 밀접하다. 내전근이 약해지면 코어까지 약해진다고 한다.
 
 코어가 약한 채로 근력운동을 하면 다칠 수도 있다던데
코어가 약한 채로 근력운동을 하면 다칠 수도 있다던데픽사베이
 
나는 늘 식탁의자에서 나비다리를 한 채 밥을 먹었다. 나름 관리한다고 등받이에 꼬리뼈가 닿을 만큼 깊숙하게 앉아서 등을 폈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나비다리는 무릎 앞 관절에 체중 7배의 하중을 준다고 한다. 밥을 천천히 먹은 날 무릎이 유난히 뚝뚝거렸던 이유가 다 여기에 있었다. 

수영 강습 중 평형에서 발차기 후 몸을 뻗어서 글라이딩을 꼭 하라고 한다. 나는 글라이딩 할 때 몸이 기우뚱한다. 강사는 코어 힘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접영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것도 코어가 약해서라고 했다. 나는 수영을 좋아하는데 수영은 나를 안 좋아해서 코어는 애증의 단어가 됐다. 그런데 내가 나서서 코어를 약화시키고 있었다. 


코어 강화를 위한 방법이 또 있다. 걸을 때 배꼽을 등에 붙인다는 느낌을 가질 것, 항문에 힘을 줄 것, 귀와 어깨가 최대한 멀리 있다고 생각할 것, 이렇게 세 가지다.

2주 동안 걸을 때마다 이걸 생각했다. 해보니 중요한 발견이 있었다. 핸드폰을 보면서 걸으면 정확하게 이 세 가지를 반대로 하게 된다. 결국 2주 동안 도보 이동할 때 핸드폰을 보지 않았다.

그게 뭐 별 거인가 싶었는데 매우 별 거였다. 첫 사흘간은 뭔가 빼놓고 온 것처럼 허전했다. 그 다음 사흘은 길에 다니는 사람들의 90프로가 걸으면서 핸폰에 코를 박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근육 7kg로 1억 가치를 창출하는 건 아직 자신없다. 나비다리를 버리고, 걸을 때 핸드폰을 버려서 코어를 지키는 건 해볼 만하다. 길가는 사람 90프로가 안 지키는 걸 나 혼자 지킨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가치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2주가 지나고, 몸과 마음에 작은 변화들이 스며들었다. 도로 위의 바쁜 사람들 속에서 나만이 홀로 비밀을 아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작은 변화를 누군가 알아차리게 될지, 혹은 그저 나만의 고요한 혁명으로 남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습관 하나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깊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더 깊이, 더 넓게, 더 생생하게 채워진다. 1억은 우습게 번다는 랜선 속 이야기도 '그러시든지요' 하고 그냥 넘길 수 있는 단단함이 생기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SNS에도 올라갑니다.
#근력운동 #코어 #1억모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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