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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차려 사망' 훈련병 중대장, 유족에게 "선착순 뛰기 안 시켜"

군인권센터 "죄 감추고 의료인 판단 혼선", 사건 축소 의혹 및 경찰 부실 수사 지적

등록 2024.07.24 14:58수정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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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파일] '얼차려 중대장' 유족에 거짓? "선착순 안 시켜" ⓒ 박수림, 소중한


 
 육군 12사단 고 백태인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이 지난 6월 21일 오전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육군 12사단 고 백태인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이 지난 6월 21일 오전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고 박태인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대장의 거짓·축소 의혹과 경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이 사건 직후 대화 녹음파일을 통해 불거졌다. 군인권센터가 24일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중대장은 사고 다음날 유가족을 병원 인근에서 만나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규정 또한 준수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녹음파일을 공개하며 "실제 중대장은 훈련병에게 선착순 뛰기는 물론 완전군장 팔굽혀펴기 등 가혹한 얼차려를 지시한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중대장의 거짓말은 군의관에게도 똑같이 전달됐을 것이고 군의관은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 상황을 보고해 후송 지침을 하달 받았을 것"이라며 "중대장은 자기 죄를 숨기려고 했을 뿐 아니라, 의료인들의 판단에 혼선을 빚고 초기 환자 후송에 악영향을 주는 등 훈련병 사망에 여러 영향을 끼쳤다. 반드시 중형으로 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건 수사를 맡았던 강원경찰청은 6월 12일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기자들에게 동문서답을 하며 중대장의 거짓말로 사건 초기 의료 판단에 혼선이 생겼다는 의혹을 일축해 버렸다"라며 "(진상을)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중대장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규정 인지한 중대장, 방어 논리 펴며 유가족 속여"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 관련, 중대장 거짓말 녹취 공개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과 김형남 사무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 관련, 중대장 거짓말 녹취 공개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과 김형남 사무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권우성
 
이날 공개된 녹음파일에는 "박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 날인 5월 24일 오전 9시 51분 병원 인근 카페에서" 이뤄진 유가족과 중대장의 대화가 담겨 있다. 

녹음파일에서 유가족이 "(연병장을) 선착순 식으로 돌렸나요"라고 묻자, 중대장은 "아니다. (박 훈련병이) 쓰러질 당시에 선착순 이런 걸 시키지 않았다. 딱 세 바퀴만 열을 맞춰서 제대(대형)를 맞춰서 같이 뛰어라, 이렇게 (얘기했다)"라고 답했다.

또 중대장은 유가족에게 "군기훈련 규정"을 언급하며 "(고인 등 훈련병들에게) 왜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전반적으로 이해시킨 다음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했다"라며 "그래서 (훈련병) 전부 다 잘못을 인정했고 '그렇다면 지금부터 군기훈련을 하겠다'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중대장) 본인이 군기 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올바른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해 방어 논리를 편 것"이라면서 "자신의 죄를 덜기 위해 계획적으로 유가족을 속이는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실제 (박 훈련병이 이송된) 두 민간병원의 의무기록 상에도 사고 당시 상황은 '연병장을 뛰다가 쓰러짐' 정도로만 쓰여있다"라며 "병원 헬기를 띄우지 않는 등 후송이 안일하게 이루어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중대장의 거짓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훈련병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 도중 떠들었다는 이유로 얼차려(군기훈련)를 받다 쓰려졌고 이틀 뒤 병원에서 숨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있던 중대장·부중대장은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완전군장 상태의 훈련병들에게 선착순 달리기, 구보,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위 녹음파일은 사고 직후 박 훈련병이 이송된 뒤 아직 숨지기 전 녹음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 15일 중대장·부중대장을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두 사람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6일 오전 10시 춘천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
 
 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읍 남북리 인제체육관에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 수료식이 열렸다. 체육관 입구에 최근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훈련병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읍 남북리 인제체육관에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 수료식이 열렸다. 체육관 입구에 최근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훈련병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연합뉴스
#12사단훈련병 #얼차려 #훈련병얼차려 #얼차려중대장 #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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