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 주변 여치베짱이여치베짱이가 농성장 주변에서 발견되어 풀숲으로 놓아주었다.
박은영
"어릴 때 살생을 많이 했어. 나이 드니까 왜 그랬다 싶더라고."
테이블에 여치가 너무 가까이 앉아 화들짝 놀랐다. 가만히 보고 있는데 그라운드 골프 치러온 할아버지가 여치베짱이를 살짝 들어서 풀숲에 놓아준다. 고맙다고 하니 아니라고 살포시 웃으신다. 그러고는 "어렸을 때는 심심하니까 들에 나가서 수도 없이 잡고 괴롭혔다"면서 "너무 많은 살생을 해서 이제는 잘 놓아주게 된다"며 말을 이었다.
도시에는 불볕 더위라지만 농성장 다리 사이로 부는 바람 덕분에 너무 덥지 않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뭉개뭉개 뭉쳐진 먹구름이 기세를 드높이며 거세게 흐르는 금강 위로 말달리고 있다. 구름도, 바람도, 선풍기나 에어컨 없는 농성장에서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새파란 초록이 빛나던 여치베짱이의 모습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며칠 사이에 쓰레기봉지 위, 테이블 위를 오가면서 눈에 자주 띄었는데 진작 숲으로 놓아줄 생각을 못했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사람이 자주 오가니 밟힐 수도 있을텐데, 미물의 심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환경운동가, 아직 갈 길이 멀다.
댐과 보로 홍수 조절하겠다는 환경부 장관 후보
지난 22일에는, 김완섭 환경부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환경단체들이 생태 파괴의 주범으로 꼽았던 한화진 환경부장관의 후임은 누구일까? 윤석열 정부에 기대하는 바는 없지만, 그래도 궁금했기에 농성장에서 국회방송을 실시간 시청했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