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GPT 제작 과정. 채팅하듯 문장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ChatGPT 화면 갈무리
나만의 GPT를 만들려는 의지는 충만하였으나 막상 '플러스 버전'을 구독하고 나자 막막했다. 나는 프로그램을 짜는 코딩 언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에 실과 교과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도입된다고 하여 '파이썬'이라는 언어를 배우려 시도한 적이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 중에서는 나름 문법이 간결하고 쉬워 입문자가 다루기 편하다는 평가를 들은 터였다.
초심자용 언어라고 편하게 접근했던 '파이썬'은 결코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코드를 짠다는 것은 매우 정교한 규칙 아래 논리적으로 생각을 풀어놓는 행위에 가까웠다. 코딩을 하려면 개발자처럼 사고하고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했다. 나는 한 달도 못 되어 '파이썬' 공부를 놓았다. 이후 초등학생용으로 개발된 블록 코딩 프로그램 연수를 받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괜히 GPT를 유료로 구독했나, '파이썬'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래도 시도나 해보자 싶어 'GPT 만들기'를 눌렀다. 복잡한 코드가 나올 것 같아 잔뜩 긴장했지만 화면은 평화로웠다. 그냥 창이 두 개로 나뉜 것뿐이었다. 오른쪽 화면은 익숙한 GPT 채팅창 같았고, 왼쪽에는 '만들기'라는 이름을 가진 채팅창이 띄워져 있었다.
여기에서는 코딩을 '말로 하듯이' 문장을 입력하면 되었다. 내가 이번에 만들려는 GPT는 '초등학교 5학년 숙제 도우미 로봇'이다. 그래서 바로 목적을 채팅창에 적었다.
<내가 원하는 gpt는 대한민국에 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숙제를 도와주는 도우미야>
단 한 문장을 입력했을 뿐인데 기본 틀이 바로 만들어졌다. 대화 시작 명령어 4개가 자동으로 떴다. '초등학교 5학년 과학 숙제를 도와줘', '이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려줘' 등등. 마치 내가 어떤 메뉴를 구성하고 싶어 하는지 아는 것처럼 결과물이 나왔다.
나는 숙제 로봇이 친절하길 바랐다. 그래서 '친근하고 도움이 되는 태도로 응답해 줘. 명확하지 않은 질문이 있으면 다시 물어줘. 그리고 추가 정보를 요청하여 보다 정확한 답변을 제공해 줘'라고 입력했다. 다소 긴 요청사항이었지만, GPT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일단 여기까지 입력하고 테스트를 해 보았다.
테스트 항목은 '시 짓기'. 일부러 긴 문장을 만들어서 명령을 내렸다. 여름에 너무 더워서 동해 바다에 놀러 갔는데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서 물에 들어갔다가 감기에 걸린 일을 주제로 웃긴 시를 적어줘! 10초도 걸리지 않아 4연 8행의 시가 뚝딱 튀어나왔다.
동해 바다 놀러갔네, 여름 더위 피해봤네,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 한 번 들어갔다 나왔네.
"으악! 이건 무슨 일이야?" 물속에서 얼어붙었네,
친구들 웃음소리만, 내 귀에 쨍쨍 들리네.
몸이 떨리고 콧물 줄줄, 감기 걸려 버렸네,
"아이고, 이게 무슨 꼴이야?" 엄마한테 혼났네.
동해 바다 참 좋았지, 더워도 물은 차갑네,
다음엔 옷 더 챙겨야지, 감기 걸리지 않게!
나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시가 꽤 괜찮았다. 어미도 통일되어 있고, 대화체가 섞여 있어 생동감이 살아있었다. 우리 반 아이가 과제로 제출했어도 웃으며 칭찬을 했을 법한 시였다. 나는 숙제 로봇을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GPT에게 정보를 물어보면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이해 수준에 맞춰서 간단하고 명확한 설명을 제공해 달라고 입력했다. 그리고 보고서나 글을 작성할 때는 초등학생이 작성한 것처럼 보이도록 문장을 구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재미있는 점은 사람한테 편지를 쓸 때처럼 '부탁한다', '요청한다', '~하길 바란다' 같은 표현을 써도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GPT 업데이트에 반영해 주었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터졌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AI비서 자비스가 부럽지 않아!' 중독성이 강한 게임에 빠진 것처럼 미친 듯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영어 회화 과외를 받는다는 상황을 설정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학생 글쓰기 첨삭을 도와주는 GPT를 제작해 보기도 했다. 너무나도 즐거웠다. 그러다 자정을 넘겨 잠들 무렵에는 '이러다 AI가 사람 일자리를 다 해 먹겠다'는 생각에 등이 오싹해졌다.
신통방통 GPT, 문득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