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와 할미새비가 내린 뒤 나뭇가지에 나란히 앉아 쉬고 있는 물총새와 할미새
임도훈
"와, 시원하다!"
오후에 소나기가 한 번 지나간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후끈한 열기 속에서 예기치 않았던 시원한 한줄기 소낙비, 그래서 더 반갑다. 농성장에 놀러온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빗속으로 돌진한다. 다 젖어서 갈아입을 옷 없는데 어쩌나 하는 걱정은 부모의 몫일 뿐, 아이들은 거침없이 비를 즐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아이처럼 신이 난다.
이도 잠시뿐, 다리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줄기. 아쉬운 마음에 부채질을 하면서 오후의 더위를 맞이하지만, 이 또한 한순간일 뿐이다. 그라운드 골프에 흠뻑 빠진 어르신들의 "우와~" 하는 소리에 시선이 꽂힌다. 그 소리가 다리 아래에 울려퍼지면 덩달아 신이 나서 추임새를 넣기도 한다. 농성장에 찾아온 이가 이런 모습을 보더니 나중에 자기도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또 웃는다. 더위를 씻어낸다.
금강 수위가 장마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모래섬과 자갈밭이 드러났고 큰 비에 몸을 피해있던 야생동물들도 점점 제자리를 찾아온다.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 가족은 부쩍 늘었다. 아직 경계심이 없는 어린 유조들은 주차장 위에까지 올라와 돌아다닌다. 왜가리, 백로, 할미새, 오리도 가족이 늘었다. 천막농성장에 찾아온 아이들마냥 신이 났다.
자연이 만든 습지정원… 야생동물들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