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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번 깜박거릴 때마다 장관이 펼쳐진 곳

울란바토르, 무릉, 홉스골, 테를지국립공원... "다시 가고 싶다, 몽골"

등록 2024.08.04 19:41수정 2024.09.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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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무릉에서 홉스골 호수 가는 도로에서 만난 야크 무리
몽골 무릉에서 홉스골 호수 가는 도로에서 만난 야크 무리윤성효
 몽골 무릉에서 홉스골 호수 가는 도로 옆 대초원
몽골 무릉에서 홉스골 호수 가는 도로 옆 대초원윤성효

무슨 말로 표현할까? 거기 땅을 밟고 있는 일주일 동안 간혹 머릿속을 스쳐 가는 고민거리였다. 어떻게라도 해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일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행복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누군가 "와, 멋있다"라는 말을 했다. '저 말은 너무 단순해'라는 생각을 할 즈음 들린 말은 "저기 봐라, 너무 멋있다"였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마다, 눈을 한번 깜박거릴 때마다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다. 지난 칠월 말에 다녀온 몽골이 그랬다(관련기사: [사진] 누가 이렇게 광활한 정원을 꾸며 놓았는가 https://omn.kr/29mjt).

그들은 차량이 달려오든 말든 느릿느릿 지나갔다

도보 여행을 좋아하는 환갑 전후 나이대의 열 명이 모여 울란바토르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칭기즈칸 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공항을 벗어나자 대초원이 펼쳐졌다. 말과 양, 야크, 염소들이 그 땅의 주인이었다. 간혹 유목민의 집인 '게르'가 보여 사람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공항과 울란바토르 사이에 난 고속도로를 탔다. 그런데 명색이 고속도로인데 지나는 차량은 풀을 뜯고 있는 가축, 아니 게르의 숫자보다 적었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동안 너무나 뜸하게 차량이 지나갔지만, 울란바토로 시내 분위기는 영 딴판이었다.


시내에 들어서자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전체 국민 350여만 명인 몽골에서 거의 대부분 인구가 사는 도시답게 시내는 매우 혼잡했다. 우리 일행과 함께 한 안내자는 "출퇴근 시간 없이 하루 종일 교통체증"이라고 했다.

주몽골 한국대사관 옆에 있는 숙소까지 가는 데 한참 걸렸다. 가는 도중에 도로 한복판에서 사람이 수신호를 하는 광경도 봤다.


둘째 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칭기즈칸 공항으로 향했다. 아침 출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여전히 도로에는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도심을 지나 버스 창문 바깥으로 펼쳐진 대초원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칭기즈칸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무릉으로 한 시간 정도 날아갔다. 몽골 북부로 러시아 국경 근처에 있는 홉스골 호수(Khuvsgul Lake)에 가기 위해서다.

무릉 시내에서 아침을 먹으러 예약한 식당에 도착해 보니 바깥 풍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 2층 식당 바로 앞에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있고 말들이 그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먹는 식사는 '꿀맛'이었다.

버스를 타고 무릉에서 홉스골 호수로 가는 동안 펼쳐지는 바깥 풍광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대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야크와 말, 염소, 양의 무리가 풀을 뜯는 광경이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간혹 야크를 비롯한 가축들은 아스팔트 도로도 자기들 땅인 양 버티고 서 있기도 했다. 그들은 차가 달려오든 말든 느릿느릿 지나갔다. 차는 그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울퉁불퉁 파인 비포장 길을 지나는 게 고역이었다. 무릉에서 홉스골까지 차로 3시간 정도 거리인데 절반 가량이 비포장 길이었다.

비포장길의 피곤함이 극에 달할 즈음 안내자의 "저 앞에 보이는 게 홉스골 호수이다"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들어 "와"하고 소리쳤다. 키 큰 잣나무 사이로 일부만 보이는 호수를 보고 다들 홉스골 전체를 본 듯한 반응을 보였다.

 몽골 대초원(항공기에서 촬영).
몽골 대초원(항공기에서 촬영).윤성효
 몽골 대초원(항공기에서 촬영).
몽골 대초원(항공기에서 촬영).윤성효
홉스골의 일출도 장관

넓은 홉스골 호수를 보며 사흘 밤을 지냈다. 원래 계획은 이틀 밤만 잘 생각이었는데, 무릉에서 울란바토르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그날 승객이 적어 결항이라는 연락을 받고 숙소를 옮겨 하루 더 지낸 것이다.

홉스골 호수는 '몽골의 푸른 진주'라고 불리는 몽골에서 가장 큰 담수호다. 너비 136km에 이르는 넓은 호수로, 우리나라 제주도 면적의 1.9배나 된다고 한다. 세계 담수 총량의 1%를 차지하는 호수라고 한다. 이 정도면 호수라기보다 바다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호수가 바로 보이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여러 개의 게르를 숙소로 두고 운영하고 있었는데, 입구에 붙은 이름은 '리조트'였다. 이틀 동안 이 숙소를 사이에 두고 하루씩 양옆으로 호수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돌아왔다.

호숫가까지 풀밭이었고 군데군데 소‧말‧양들이 배설물로 흔적 표시를 해놓았기에 함부로 발을 뗄 수 없어 늘 경계하면서 걸어야 했다. 그 땅 주인인 가축의 허락도 없이 침범한 우리들이기에 그 정도의 수고는 참아야 했다.

어둠은 늦게 찾아왔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10시(한국보다 1시간 늦음) 정도 되어야 이제 밤이구나 했다. 별 보기는 자정을 넘어야 했다. 머무는 동안 하루는 구름이 드리워져 별을 많이 볼 수 없었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 안에 있는 섬으로 갔다. 그 섬의 이름은 '소원의 섬'. 이 섬에서 소원을 빌면 꼭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소늘 잡고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듯한 연인들이 많이 보였다.

홉스골 호숫가에서 지낸 셋째 날에는 숙소를 다른 게르로 옮기고 등산을 했다. 산 정상에 오르기까지 계속해서 펼쳐지는 초원에다 온갖 야생화 그리고 오를수록 더 넓게 보이는 호수가 장관이었다.

산 정상까지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주인은 보이지 않는데 말 무리는 사람들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배 채우기에 열심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홉스골은 아침 일출도 장관이었다. 호수 건너편 산에서 동이 틀 무렵 하늘은 붉은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줬다. 해가 뜰 무렵 야크가 떼를 지어 호숫가로 가 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이틀 연속으로 목격했다.

 홉스골 호수의 일출
홉스골 호수의 일출윤성효
 홉스골 호수
홉스골 호수윤성효
"나라 이름을 '대한몽골'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

홉스골 호숫가에서 사흘을 보낸 일행은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왔다. 한참 동안 비포장 길을 달리다 아스팔트 도로가 눈앞에 들어왔을 때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릉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칭기즈칸 공항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맑아 비행기 창문 바깥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대초원을 볼 수 있었다.

공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관광객들은 주로 '거북바위'를 찾거나 열트산(열드산, 해발 1900m) 능선을 걸었다.

열트산에는 푸른 초원 속 각양각색의 기암괴석들이 열병하듯 줄지어 서있고, 온갖 야생화가 끝없이 피어나 있었다. 열트산 전체가 광활한 정원 같았다.

게르로 된 숙소에서 이틀 밤을 지냈다. 어둠이 짙어지면서 게르 앞 의자에 앉아 하늘에 박혀 있는 별들을 감상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침에는 말이 게르 앞까지 와서 풀을 뜯는데 신기했다.

몽골을 떠나기 하루 전날 울란바토르로 가는 길에 칭기즈칸 동상을 찾았다. 거대한 기마상 위의 칭기즈칸(1162~1227년)은 지금도 세상을 호령하는 듯한 기상을 보여주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 사이를 뚫고 울란바토르 시내에 겨우 들어온 일행은 국립박물관 관람에 이어 몽골 독립 영웅 수흐바타르(1893~1923년)의 이름이 붙은 광장을 둘러봤다.

가는 곳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선물을 사려고 들렀던 백화점에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말했다. "나라 이름을 '대한 몽골'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라고.

이번 몽골 기행에서 가고 싶었던 고비사막은 일정에 없었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일행들은 한결같이 "다시 가고 싶다, 몽골"이라고 했다.

 몽골 기행
몽골 기행윤성효
 몽골 무릉의 일부 지역
몽골 무릉의 일부 지역 윤성효
 몽골 홉스골 호수의 야크 무리
몽골 홉스골 호수의 야크 무리윤성효
 몽골 무릉에서 홉스골 호수 가는 도로 옆 대초원의 염소 무리와 파란 하늘
몽골 무릉에서 홉스골 호수 가는 도로 옆 대초원의 염소 무리와 파란 하늘윤성효
 홉스골 호수 내 소원의 섬에서 바라본 호수
홉스골 호수 내 소원의 섬에서 바라본 호수윤성효
 홉스골 호수 인근 산
홉스골 호수 인근 산윤성효
 홉스골 호수 인근 산
홉스골 호수 인근 산윤성효
 홉스골 호수와 주변 산
홉스골 호수와 주변 산윤성효
 홉스골 호수
홉스골 호수윤성효
 홉스골 호수
홉스골 호수윤성효
 몽골 대초원
몽골 대초원윤성효
 테를지 국립공원 내 열트산.
테를지 국립공원 내 열트산.윤성효
 테를지 국립공원 내 열트산.
테를지 국립공원 내 열트산.윤성효
 징기스칸 동상에서 내려다 본 대초원.
징기스칸 동상에서 내려다 본 대초원.윤성효
 징기스칸 동상 옆 초원의 낙타
징기스칸 동상 옆 초원의 낙타윤성효
 징기스칸 동상
징기스칸 동상윤성효
 징기스칸 동상
징기스칸 동상윤성효
 징기스칸 동상
징기스칸 동상윤성효
 몽골 수흐바타르 동상
몽골 수흐바타르 동상윤성효
 몽골 수흐바타르 동상
몽골 수흐바타르 동상윤성효
 수흐바타르 광장
수흐바타르 광장윤성효
 몽골 무릉에서 홉스골 호수 가는 도로 옆 대초원의 염소 무리와 파란 하늘
몽골 무릉에서 홉스골 호수 가는 도로 옆 대초원의 염소 무리와 파란 하늘윤성효
#몽골 #징기스칸 #수흐바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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