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을 물에 적셔 짜서 냉동실에서 얼린 후 어깨에 두름
고성희
내가 만약 아끼려고 에어컨을 안 트는 게 아니라 정말 돈이 없어서 선풍기조차 돌리지 못한다면 이 더운 여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분명 우리 사회 그늘진 곳에는 전기요금을 낼 형편이 안 되어서 또는 지하 단칸방에서 더위와 싸우거나 항복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연히 EBS지식채널 e에서도 <계층을 나누는 새로운 기준이 실내온도- 폭염이 만드는 불평등> 이란 제목의 영상을 봤다.
미국의 부유층 거주지는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빈민층이 사는 곳보다 평균 15도가 낮았다(2021년, 극한의 더위가 덮치며 기온이 45.5도까지 치솟은 미국 포틀랜드. 147년 만에 기온 관측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그날 빈민가 '렌츠'의 기온은 무려 51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콘크리트 동네였기 때문이다.-EBS지식채널 e).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는 에어컨을 틀고 추워서 가디건을 걸치고 있겠고 어떤 이들은 무더위에 지쳐 쓰러져 가고 있을 것이다. 찬물로 씻어도 씻어도 그때뿐이다. 에어컨을 계속 틀고 있으니 안 그래도 만성 비염인 나는 콧물과 재채기가 더 심해졌다. 딸아이의 아토피는 더 극성이고 이번 여름에만 연고를 몇 개째 다 비워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