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출판경찰월보> 116호. 전형은 1937년 문예지인 『풍림』 복간호에 소설 「개와 고양이」를 발표하려다 풍속 교란으로 책이 출판 금지되기도 했다. 당시 <조선출판경찰월보> 116호에는 금지 이유로 '한 남성을 사이에 두고 두 명의 여성이 한 방에서 서로 육체를 탐하는 다툼 과정을 선정적으로 묘사, 조선의 풍속을 어지럽히는 '풍속 교란'으로 밝히고 있다.
박수연
- 주로 어떤 연구 해왔나?
"김수영 시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그의 평전을 준비 중이다. 일본과 중국에서 김수영의 흔적을 모두 복원해 놓았다. 중요 문인들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한국 근현대문학사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일환으로 친일문학 연구에 집중하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 인명사전의 문학 부문 작업에 관여했다. 최근의 또 다른 작업은 대전근현대문학사를 새롭게 정리하는 일이다. 너무 많은 일들이 배제되고 왜곡되어 있다. 그것들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어떤 계기로 춘파 전형(全馨)을 연구하게 됐나?
"대전의 근현대문학사를 정리하면서 여러 잊힌 자료들을 살펴보게 됐다. 식민지 시대의 인물들, 해방공간의 중요 지식인들을 살피다보니, 일본의 반서구 동양주의 이데올로기가 해방 조선의 민족이데올로기로 위장되어 작동한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지금 대전 문학의 기원적 인물들이라고 평가되는 여러 문인 지식인 중에 그 위장된 이데올로기의 대표자들이기도 하다. 그 한편으로 일제강점기는 물론이고 해방공간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낸 여러 문인 지식인의 흔적은 깡그리 지워져 있었다. 그것을 복원하는 작업의 와중에 '전형(全馨)'이라는 인물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꽤 주목할 만한 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곧 그의 숨겨진 여러 행적이 발견되었다.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인물도 아니고 문학적 성취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묻어두기로 했었다. 다른 인물의 어두운 면을 파헤쳐 공개한다는 일이 즐겁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친일 행적이 밝혀졌는데도 공공기관에서 그를 대전문학사의 축으로 세우기 위한 의도로 전집을 발간하려 하는 것을 보고 학자로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썩은 나무를 대들보로 올리는 순간 그 집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공공기관이 친일 작가 전집을 발행한다면 친일 문인이 없던 대전충남의 문학사에 친일 문인이 중심으로 들어서게 된다.
차라리 조용히 있었다면 전형은 언론계에서 활동한 문인 정도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으로 공립기관에서 최초로 출간하는 전집을 '전형'으로 삼는 순간 그의 이름은 백척간두로 밀려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역사는 다시 그를 친일과 횡령이라는 단어로 추락시킬 것이다. 역사는 엄정하다."
- 전형은 많은 작품을 발표,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그런데도 당시 문단에서 평가가 시원찮은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일단, 주목할 만한 작품이 없다. 문학적 성취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읽고 감동하여 오래 기억하게 되는 작품이 없다. 언어미학이 부족하면 이념적으로 진보적이거나 작가의 신념을 드러내는 내용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그때그때 어울리는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 혹은 작품이 발표되는 잡지의 성격에 맞춰 쓰는 절제되지 않은 감상벽의 글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흉내 내 따라가는 작품도 많다. 더 분석해봐야 할 문제다. 이런 작품들을 고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심미안이 의문스럽지만, 더 이상 얘기할 필요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