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광복회, 56개 독립유공단체 주최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유성호
제79회 광복절이다. 정부에서 주최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과 대한민국 광복회가 주관한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 두 곳에서 올 광복절 기념식이 동시에 열렸다.
유튜브 화면으로 두 경축식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참으로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아마도 하늘에서 내려다보셨을 선열님들의 마음도 결코 편치 않으셨을 것이다.
나는 20여 년 전부터 이종찬 광복회장과 자주 만났다. 새천년을 앞둔 1999년 여름, 독립운동가 후손 두 분(경북 안동 출신의 석주 이상룡 선생의 증손 이항증 선생, 그리고 일송 김동삼 선생 손자 김중생 선생)의 알뜰한 안내를 받으면서 중국대륙에 흩어진 항일유적지를 순례한 뒤 <항일유적답사기>란 책을 발간했다.
그런 뒤 2004년 6월, 그 답사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다. 우리 독립전사의 산실이었던 중국 지린성 유하현 고산자와 합니하의 신흥무관학교 답사기를 게재할 때, 우당기념관 윤흥묵 상무님으로부터 꼭 한 번 우당기념관에 들러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그 이듬해(2005) 봄, 안동문화방송국에서 그해 8.15 특집으로 경북 안동 출신의 독립운동가들의 행장을 담은 <혁신 유림>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나에게 코디(길잡이) 역할을 부탁하기에 마침 은퇴 후인지라 흔쾌히 승낙한 바 있었다.
안동 문화방송국 담당 PD는 한일병합 후 독립지사 망명 초기 인사 가운데 신흥무관학교를 세우신 우당 이회영 선생 얘기는 뺄 수 없다면서 중국으로 출국에 앞서 우당 기념관을 들르자 하여, 그분과 함께 우당기념관을 방문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종찬 이사장(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 사업회)이 우리 일행을 정중히 맞아주면서 기념관 내 전시물들을 일일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나는 그 전시물, 특히 숱한 독립지사들의 사진을 보고 감탄했다. 관람 후 감사의 말씀과 함께 한 마디 보탰다.
"이 귀한 사진들을 이사장님 가보로만 전시하지 마시고 전 국민들이 볼 수 있게 하십시오."
그러자 이종찬 이사장이 정색을 하면서 요청했다.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아주 좋은 방안입니다. 박 선생이 한 번 주선해 보십시오."
그 우연찮게 오간 말이 씨가 돼 이종찬 이사장과 나는 공동으로 <사진으로 엮은 한국독립운동사> 라는 책을 눈빛출판사에서 발간했다. 사진 자료는 우당기념관 측에서, 간추린 독립운동약사는 내가 숱한 독립운동사 서적들을 들춘 뒤 초고를 만들어 출판사로 넘겼다. 초교부터 3교까지는 내가 노트북을 들고 아예 우당기념관 서재로 가서 마주 앉아 교정 작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