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5일 열린 산재보험 60주년 기념식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단체와 민주노총 활동가들이 피켓팅을 진행했다
산재보험 개악 대응 함께
산재노동자의 요양 경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한 자동차부품 사업장의 근골격계 업무상질병 요양 경험자를 대상으로 산재요양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를 시행한 바 있다2). 심층면접 결과 이들은 산재요양 중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크게 호소했다. '꾀병 환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행동이 제약되고 요양기간 내내 고립된 채 시간을 보내 요양기간을 '창살 없는 감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요양승인이나 요양기간 연장을 기다리며 심한 불안감을 경험했다. 빨리 나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나아지지 않는 증상, 복귀에 대한 불안감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산재요양의 원인이 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치료는 매우 부실했다. 운동법을 가르쳐주거나 도와주는 운동치료를 받은 경험이 낮아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내며 방치되었고 심리적 불안정과 고립감은 더욱 심해졌다.
"치료도 하루 종일 하는 거 아니잖아요. 잠깐 가서 한 시간 정도면 물리치료 받고 오는데, 의사도 안 만나고, (중략) 나머지는 집에 있어야 하거든요."
"산재기간 때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고 이렇다 보니까 저녁이 되면 졸음이 안 오고 낮에 쉬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내가, 자꾸 저를 갉아 먹는(거 같고), 우울증도 많이 왔었고."
심지어 대부분의 노동자가 요양 종결을 '의사와 얘기하는 게 아니라 원무팀장과' 얘기해서 결정했다고 진술하였다. 의학적인 판단보다 행정 편의가 요양기간 결정에 더 우세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연구는 10여 년 전의 연구결과로 현재는 어느 정도는 개선된 측면이 있다. 특히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의 재활서비스의 경우 설비, 인적자원 등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고 이용한 산재환자의 만족도도 높게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산재환자의 대다수가 요양하는 민간의료기관에서의 치료와 재활 서비스의 질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위한 요양관리 개선
산재로 인정된다고 재활과 사회복귀로 저절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산재보험의 개선에 있어서 정부뿐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산재인정 단계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인정 이후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못했다. 정부는 다른 보험에 비해 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이 길다며 이를 통제하려 시도했던 것 이상의 적극적인 요양 서비스 개입을 보여주지 않았고 노동계 역시 강제 치료종결에 저항하는 것 정도였다.
요양관리는 요양의 질 관리가 되어야지 요양기간 관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요양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한 치료를 보장할 수 없다. 현재는 산재환자의 요양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실태조차도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산재요양과 재활의 문제는 전체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의료체계와도 깊은 관련이 있고, 급성기 치료 이후 제대로 된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의 신속한 전원과 같은 산재의료 전달체계의 확립 등도 필요한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근로복지공단에 한두 개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업무재배치와 산재보험업무의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방향 전환을 논의해야 할 때이다.
1) 근로복지공단, 2019년 본인부담금 실태조사
2) 2013년 두원정공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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