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한식당 <희녹>의 수직 바비큐 그릴, 사장님이 직접 한국에서 공수해 온 거란다. 저 사이에 숯불 두 판이 들어가고, 그릴을 수직으로 넣어 고기를 초벌한다.
김도희
식사 후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수직 그릴이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사장님은 어릴 때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 온 한국계 호주인으로, 자신의 문화적 유산을 호주에 소개하며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두 나라를 잇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젓가락질이 서툰 현지인들이 고기에 쌈을 싸 먹으며 다양한 한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 이곳에서 한식당이 단순한 식당을 넘어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멜버른에서 예약하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이곳은 예약제로, 6좌석 밖에 없고 일주일에 단 세 번, 두 시간씩 식사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현재 6000명의 대기명단이 있는 상태란다) 한식당을 친구가 소개해 주었는데, 이곳은 한국 가정집을 콘셉트로 한 식당으로, 한국인 셰프가 된장, 고추장 등 소스류를 직접 발효시켜 한식을 만드는 곳이었다.
서호주 퍼스에서도 시내 중심에 위치한 한식당을 3, 4군데 방문했는데, 그중 반찬을 별도로 판매하는 한식당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특히 멸치볶음이 인기가 많아 1인 당 한 팩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한식당이 전하는 한국의 문화와 맛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낯선 호주에서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사장님들은 진정한 민간 외교관이라 할 수 있다. 한식당들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창구로서, 한국의 정서를 체험하고 나아가 한국 방문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이 한국 음식을 통해 한국 문화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한식의 세계화는 그저 한국 음식이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중요한 도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스웨덴에서 관광학 석사 과정 중에 '스웨덴 내 한식당 경험이 한국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논문을 썼는데, 한식 경험이 여행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피자를 먹고 나면 본토 이탈리아에 가서 진짜 피자를 맛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호주에서의 한식 경험이 누군가의 인생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한국 방문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한식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강력한 문화적 매개체임을, 호주의 한식당들에서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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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까지 여권도 없던 극한의 모범생에서 4개국 거주, 36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영국인 남편과 함께 현재 대만에 살고 있습니다. 다양한 해외 경험을 통해 '자기 성찰'의 기회를 많이 얻었습니다. 여행과 질문만이 내 세계를 확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며, 글을 통해 해외에서 배운 점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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