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향기푸른숲-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오솔길
원미영
잣향기푸른숲에는 '무장애 나눔길'이 1km가량 조성되어 있다. 완만한 데크길은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도, 휠체어를 탄 사람도, 유모차에 탄 아기도, 험한 산행이 어려운 어린이도 누구나 편하게 숲을 즐길 수 있다.
데크길을 지나 나오는 흙길은 경사가 더 가팔랐지만, 여기저기 보이는 고운 야생화와 열매들이 산행의 고단함과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일행과 나누는 대화는 정겹고 다정했다.
곧게 뻗은 키 큰 잣나무 군락을 올려다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피톤치드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끼며 신선한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켰다.
순간 데크 난간 위로 청설모가 쪼르르 달려갔다. 그토록 가까이서 보긴 처음이었다. 터져 나오는 환호 소리에 놀란 청설모는 잣나무 꼭대기의 보이지 않는 높이까지 단숨에 뛰어올라 사라졌다.
산에서 만난 열매
이따금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잣송이가 떨어졌다. 제법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잣송이에 머리를 맞을까 아찔했다. 초록의 잣송이가 신기해 만져보니 찐득한 송진이 손에 묻어났다.
잣나무와 잣송이를 살펴보면 판매하는 잣이 왜 그렇게나 비싼지 알 수 있다. 잣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평균 키가 20~30m이고 40m를 넘기도 하는 잣나무 위를 사람이 직접 올라가 가지 끝에 달린 잣송이를 따야 한다. 위험 부담이 크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잣 수확 과정을 생각하면 비싼 이유가 자연스럽게 납득이 된다.
실제로 잣 채취 전문가가 EBS <극한직업> 편에 나오기도 했다. 초록의 잣송이를 까내면 은행처럼 딱딱한 껍데기로 싸인 낱알이 나온다. 딱딱한 겉껍데기 속 얇은 속껍질을 까면 우리가 아는 뽀얀 잣을 만날 수 있다.
그나마 지금은 껍질을 발라내는 작업이 기계화되어 가격이 조금 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조금 전에 만난 깜찍한 청설모의 든든한 겨울 양식이 되길 바라며 잣송이를 제자리에 얌전히 두고 갈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