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도는 일상출산과 육아는 하루하루가 비슷한 일로 분주하게 한다. 그런 중에 아이는 어느덧 무럭무럭 자란다.(공유마당 제공 이미지)
한국저작권위원회
아이들 눈에는 어른들의 일상이 어떻게 들어올까? 구전동요 중에 당시 아이들이 바라본 어른들의 일상을 노래한 것이 있다. '노리개 노래'가 그것인데, 이 노래는 1926년에 엄필진이 낸 <조선동요집>에 실려 있다. 오래된 것이어서 편의상 현대어로 바꾸고 다소 다듬어 적는다.
울아버지 노리개는 담뱃대가 노리갤네
울어머니 노리개는 막내딸이 노리갤네
오라버니 노리개는 이야기책이 노리갤네
우리형님 노리개는 바늘골무가 노리갤네
우리머슴 노리개는 쟁기소가 노리갤네
우리어멈 노리개는 함박쪽박이 노리갤네
- 엄필진, <조선동요집>, 1926, 전남 나주
아이는 집안 사람들의 일상을 무언가 가지고 노는 놀이로 인식했다. 아버지는 담뱃대를 수시로 입에 대며 놀고, 어머니는 틈만 나면 막내딸을 데리고 논다.
오빠는 이야기책(소설책)을 끼고 놀고, 올케는 바느질거리를 손에 들고 논다. 그리고 머슴은 쟁기와 소를 데리고 놀고, 어멈은 함박과 쪽박의 살림살이를 매만지며 논다(가사 속 이 '어멈'은 남의 일을 해주는 나이든 여인을 뜻한다).
집안사람들의 일상을 놀이로 바라본 아이의 발상이 흥미롭다. 자신의 일상이 노는 일인 것처럼 세상도 그리 바라본 것일까?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이 일상적으로 다루는 물건들을 노리개로 여겼다.
덩달아 막내딸도 어머니의 노리개가 되었다. 노리개는 심심풀이로 가지고 노는 물건이다. 자신도 집안의 이런저런 물건을 갖고 그러저러한 놀이를 하는 일이 있기에 그런 생각이 가능했겠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놀이일 수 있겠는가? 아이들의 천진함이 예뻐 보인다. 그 시각대로 세상일을 굳이 놀이에 빗댄다면 그것은 게임에 해당할 것이다. 놀이 중에도 경쟁을 하며 승부를 내는 것이 게임이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쳇바퀴 삶의 본질적 성격은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이다. 좀처럼 멈출 수 없는 일상이다. 위의 노래에서 머슴과 어멈의 일상이 그런 것이다.
경제활동은 쉼없이 경쟁과 긴장을 유발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생각대로 정말 세상일이 놀이라면 좋겠다. 놀이는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만큼 우리의 일상도 그만큼 가벼워질 것이다. 요즘처럼 경제적 환경이 열악하고, 또 사회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그런 소망은 더욱 절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