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놓여있는 과일들(자료사진). 시장 대목장날인데 추석 직전이라 그런지 이른 아침부터 시장 주변이 떠들썩하고 생동감이 넘쳤다.
연합뉴스
단양 외곽에서 나오신 어르신들이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상인들의 장사준비를 기다리고 계셨다. 어르신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장사꾼이 많이 왔나! 어디보자~ 그래도 대목이라고, 평소보단 좀 온 거 같네."
"예전에 비하믄 이건 암것도 아니여, 옛날 (수몰 전) 구단양에 있을땐 장날이면 아주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지."
"맞어, 그땐 사람이 참 많았는데... 신단양 생기고 사람들이 많이 나갔어."
"이 이도 거 살다가 나왔잖아."
수몰로 인해 고향이 사라지신 분들의 대화로 들렸다. 그 때가 그리우신 모양이었다.
"우리가 살던 집에 우리 집까지 여섯 집이 세를 살았는데, 화장실은 달랑 한 개였어. 화장실 때문에 매일 난리였어, 지금 그렇게 화장실 한 개 있다고 하면 누가 살겠어, 그래도 그땐 웃을 일도 많고, 재미도 있고. 참 좋았는데."
"어쩌다 가물어서 물이 줄면 잠긴 집터가 보이잖어, 그래서 집 보러 가기도 했었고."
"그럼 뭐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 게, 잘 생각이 안나. 이러다 영영 기억 못하믄 어쩌나 무섭기도 하고... 큰 애 등에 업고 내 집 마당처럼 드나들던 그 시장도 참 그립고."
"그렇지! 덤도 많이 주고 말 잘하면 깎아주고, 장 파할 때 나가면 떨이로 정말 한보따리 사들고 왔는데..."
어르신 얘기를 듣다보니, 장마 때면 매번 물에 잠기곤 하던 어릴 적 우리 동네 모습, 지금은 자리를 옮긴 매포 전통 시장 풍경이 떠올랐다. 어렸을 적엔 비가 오면 그저 신났었다. 종일 내리던 비가 저녁이 되면 무릎까지 차올라 친구들과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리고 한 손에는 우산을 쓰고 비 구경에 즐거웠던 기억이다.
비가 더 내리지 않아서 그 정도에서 끝나면, 마을에 큰 피해도 없이 우리들 나름의 물놀이가 되어 재미있었는데. 밤새 비가 그치지 않는 날이면 동네 어르신들은 대문을 왔다 갔다 하시며 날을 샜다. 우리 집보다 지대가 낮은 친구네 집은 곧잘 물에 잠기었다. 그렇게 잦은 홍수로 우리 동네는 윗동네로 이전하게 되었고, 어릴 적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그렇게 폐교가 되었다.
결국 물 때문에 어르신도, 나도 고향과 이별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