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 생전 남편의 사진을 보여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성욱
지난 10일, 경기도 시흥 자택에서 만난 우씨는 남편 얘기를 꺼내자마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남편이 죽은 날은 남편이 쿠팡 새벽 일용직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남편에게 처음 쿠팡 일용직을 제안한 건 우씨 본인이었다.
"남편은 하수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토목회사 직원으로 20년 넘게 일했어요. 안정적인 월급쟁이였지만,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아들(18) 치료비와 돌봄 비용 때문에 우리 집은 늘 허덕였어요. 특히 작년부터… 아들을 대안학교에도 보내봤지만 적응하지 못해 작년부터는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거든요. 거기다 6년 전에 사기까지 당하면서 생활고가 커졌어요."
우씨도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파출부, 식당 서빙 등의 일을 해왔지만, 아들에게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몰라 어떤 일도 오래 할 수 없었다. "'엄마, 애들이 괴롭혀' 하고 전화가 오면 제가 바로 뛰어나가야 하니까요." 우씨는 정기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 분양, 상조 영업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 김씨는 장차 취업이 어려울 아들과 그런 아들을 상시 보살펴야 하는 아내를 위해 카페를 차려주고 싶어 했다. 6년 전, 마침 비슷한 제안을 해오는 지인이 있어 무리해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사기였다. 수억원대 빚을 떠안게 됐고, 한 때 집에 차압까지 들어왔다. 6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빚 때문에 나가는 이자가 한 달에 수백만 원이라고 했다.
우씨는 올해 들어 경기가 나빠지면서 분양, 상조 영업이 시원치 않았다고 했다. 고민하던 우씨는 지난 6월 일거리를 찾아 알바몬에 들어갔다.
"쿠팡이 제일 눈에 띄더라고요. 아들 때문에 웬만한 시간에는 일을 할 수 없는데, 새벽에 일할 수 있는 심야조가 있다는 거예요. 아들을 재우고 나서 출근하면 되겠다, 싶었죠. 실제로 쿠팡에서 일해보니 '힘들어도 일하는 시간 때문에 나온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투잡, 쓰리잡 하는 사람들이죠."
그렇게 지난 6월부터 우씨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쿠팡에서 새벽 일용직으로 일했다. 자정부터 아침 9시까지 밤새 일하면 10만 원 남짓 벌었다. 급여는 1주일 단위 주급으로 들어왔다. 퇴근하면 잠이 쏟아졌지만 아들이 부르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두 달여 쿠팡 일용직 일을 한 우씨는 남편에게도 주말 새벽에 같이 일을 나가면 어떻겠냐고 했다.
"너무 후회돼요… 돈이 뭐라고... 남편은 8월 12일에 처음 나갔고, 8월 17일, 8월 18일 연달아 심야조로 일했어요. 남편이 '아무리 그래도 주말 중 하루는 아들과 보내야겠다'고 해서 그 다음주부터는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만 나가기로 했었는데… 8월 18일에 남편이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제가 그랬을까요?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남편 사망한 날, 두 사람 몫 했다"… 쿠팡 측 "고인 업무량, 평균 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