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카츠
뮤지엄엘
알렉스 카츠를 좀 안다 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그린 인물화들을 기억할 것이다. 까만 모자와 선글라스, 그리고 립스틱을 바른 입술, 그 선글라스와 모자 안에 숨겨진 인물이 누군지는 몰라도, 흡사 우리는 이 인물로 부터 영화 속 오드리 햅번을 연상한다. 그렇다. 알렉스 카츠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캡춰하듯이, 인물을 '평면'에 재현한다. 하지만 그 인물은 특정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산업자본주의 문명의 수혜를 담은 시대의 갑남을녀들이다.
1927년에 태어나 1950년대부터 본격 화가의 길에 들어선 알렉스 카츠가 맞이한 시대는 미디어 산업과 광고가 주류를 이루었던 시대이다. 길게 뻗어진 도로 한 편에 옥외 광고판 빌보드와 시네마스코프(가로:세로가 2.35:1)로 대변되는 시대였다. '지금 이 순간의 현재 외에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알렉스 카츠는 바로 그 '현재'를 고스란히 화폭에 담는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패션과 스타일로 자신을 드러낸다. 표정은 모호하고, 배경은 단색으로 처리되어 있다. 추상 미술이 대세이던 시절, 처음 평론가들은 그의 그림을 낮잡아 보았지만, 1977년 자신의 그림을 가장 번화한 뉴욕 타임스 스퀘어 광고들 사이에 오로지 클로즈업된 인물들만을 그린 그림들을 전시한 이 호기로운 화가에 대해 편견을 거두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네마스코프의 비율로 가장 트렌디한 모습만을 명징하게 드러낸 인물들에게서 화가 자신이 그 어떤 이면의 의미가 없다고 강조함에도 점차 '시대 정신'을 읽어내기에 이른다.
또한 일찍이 마인 주에 자리 잡은 그의 저택을 배경으로 그가 그려낸 일상의 풍경들은 그의 인물화 못지 않게, 시대의 주류로 등장하는 미국 중산층의 초상이 됐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커다란 화폭에 흩날리는 꽃잎들에서 21세기의 '모네의 수련'을 찾는다. 오늘날 영화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 입간판의 유래처럼 보여지는 판자에 인물을 입히고 입상으로 세운 '컷 아웃(cut-out) 역시 트렌디하다.
67전의 전시물은 인물화를 비롯하여, 풍경화, 판화, 조각에 이르기까지 아직까지도 생존 작가인 알렉스 카츠가 시도했던 온갖 미술적 시도를 보여주고, 설명하고자 애쓴다. 어마어마한 크라프트 지에 그려진 그의 밑그림 들을 통해 알렉스 카츠의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하는 과정에 대한 배려 역시 빠지지 않는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 단조로운 알렉스 카츠의 그림에서 감동을 얻는가, 아니면 20세기의 미술은 이렇구나 하는 소회에 이를 것인가는 전적으로 감상자의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