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에 맞춰 만세시위를 벌인 하리면 사람들

[오늘의 독립운동가 12] 9월 25일 타계한 권창수 지사

등록 2024.09.25 10:00수정 2024.09.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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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권창수 지사 초상, 독립만세운동기념비, 판결문(대구복심법원, 1919)

권창수 지사 초상, 독립만세운동기념비, 판결문(대구복심법원, 1919) ⓒ 국가보훈부


1970년 9월 25일, 경북 영주 은산장터 만세운동(1919년 4월 4일)을 주도한 권창수(權昌銖) 지사가 세상을 떠났다. 권 지사는 경상북도 영주군 하리면 금곡라 473번지에서 1892년 10월 4일 태어났다. 1919년 당시 27세 청년이었다.

권 지사는 본업이 농민으로, 어물 장수를 겸업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장터를 돌아다니는 전국 행상들로부터 온갖 세상 소식을 남달리 듣고 있었다. 1919년 봄, 나라 방방곡곡에서 독립만세운동이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알지 못할 리 없었다.

어물장수였으므로 전국 및 주변 소식에 빨랐다

그는 전국 각지의 만세시위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무용담처럼 전파하고 또 전파했다. 그때마다 공연히 가슴이 뛰면서도 일면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영주읍에서 만세시위가 일어났다.

영주읍 만세운동은 고종황제 인산일에 맞춰 상경했다가 서울 시위에 참가하고 귀향한 오하근과 박인서가 주도했다. 두 사람은 3월 20일, 즉 영주읍 장날을 거사일로 잡았다.

오전 11시 두 사람은 독립 선언서를 군중에게 배부하면서 "독립만세!"를 목청껏 선창했다. 장터에 모인 수백 명 군중이 뜨겁게 호응해 함께 "독립만세!"를 불렀다. 일본군 헌병은 총검으로 시위 행진 군중을 윽박질러 해산시켰다.

인근 용문면에서 만세운동 일어난 데 크게 자극


예천군 용문면에서도 4월 2일 만세시위가 일어났다. 용문면은 권창수 지사가 거주하는 풍기군 하리면(현 예천군 은풍면) 바로 옆 고을이었다. 하리면의 권창수, 이용헌, 이재덕, 이헌호, 채동진 등이 큰 자극을 받은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그들은 "우리 면에서도 만세시위를 일으켜야 한다!"고 의기투합했다. 논의 끝에 "4월 4일 하리면 은산장날이 좋겠다. 장터에 저절로 사람들이 운집하니까 시위를 벌일 최고의 시간 장소 아니겠나!"라고 결론을 내렸다.


장날에 맞춰 독립만세운동 실행에 옮겨

주동자들은 4월 4일 은산장날 황병석의 집에 모였다. 황병석의 집은 은산장터에서 식당을 하고 있었으므로 회합에 아주 적격이었다. 일제 순사나 밀정이 보아도 그저 밥 먹으러 만나는 것으로 여겨질 장소였다.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점점 장터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제 순사나 밀정도 보이지 않았다. '때가 왔다!'고 판단한 권창수 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대한 독립 만세!"를 우렁차게 외쳤다. 식당 안 손님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식당 손님들에게 동참을 독려하는 표시로 양손을 위로 흔들면서 몇 차례 더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그러자 몇 사람이 박수를 쳤다. 권 지사는 그들과 함께 장터로 나와 이리저리 행진하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연호했다.

식당 손님들부터 규합하고 시장 군중들 독려

군중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나눠받은 군중들도 목청껏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짖었다. 그들 또한 인근 용문면 시위 소식을 듣고 잔뜩 독려를 받아있던 상태였다.

"자, 왜놈들 헌병 주재소와 면사무소로 갑시다! 가서 때려 부숩시다!"

권 지사의 외침은 시위군중의 마음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지른 형세였다. 군중들은 "와! 와! 갑시다!" 하며 열렬히 호응했다. 장터에서 들려오는 만세소리를 들은 일본군 수비대와 헌병들이 신속히 출동했다. 총칼 앞에 시위대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권 지사를 비롯해 이용헌, 이재덕, 이헌호, 채동진 등 다섯 주동자들은 체포되어 8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하며 숱한 고문을 받았다.
덧붙이는 글 국가 인정 독립유공지가 1만8천여 분 계시는데,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의 '이달의 독립운동가'로는 1500년 이상 걸립니다. 한 달에 세 분씩 소개해도 500년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날, 의거일 등을 중심으로 '오늘의 독립운동가'를 써서 지사님들을 부족하나마 현창하려 합니다.
#권창수 #이용헌 #이재덕 #이헌호 #채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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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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