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맥도날드 빅맥 가격
김종성
2주 동안의 여행을 통해 뉴욕이라는 도시를 깊이 사랑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뉴욕의 모든 면이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사랑 앞에 냉정할 수 있다니, 개울처럼 얕은 사랑을 반성하게 된다. 앞서 뉴욕의 장점(도심 곳곳에 위치한 공원, 다양한 문화 예술 공간, 자유로운 분위기 등 )에 대해 넋놓고 얘기를 했으니 이쯤에서 단점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게 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카이라인에 가려진 것들
여행하는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높은 물가였다. 웬만한 식사 한 끼가 2만~3만 원이니 압박감이 장난 아니다. 게다가 팁까지 줘야 하니 지갑이 금세 얇아졌다. 오죽하면 '팁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끼지 생겼겠는가. 빅맥 세트도 11.99$로,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15,730원이다. 뉴요커들이 점심에 샐러드를 사서 공원을 찾는 건 살인적인 물가로 인한 주머니 사정 때문이다.
치안도 조금 아쉽지만, 서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불안한 것일 뿐 굳이 밤 늦게 돌아다니지 않는 이상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소매치기도 없어 여행하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유럽을 여행할 때 '소매치기 안 당하는 법'을 시전하느라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평화롭기 그지없다. 삶의 영역에서 생각해보면 역시 '청결'이 아쉽다. 아마 뉴욕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맨해튼의 고급 호텔에서 묶으면서 우버 택시로 목적기까지 이동하는 식으로 편하게 여행을 하면 뉴욕(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지)의 민낯을 알 수 없다. '그걸 꼭 봐야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존재했다기보다 스쳐지나가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여행 방법이라 추천하지는 않는다. 뚜벅이로 뉴욕 곳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 도시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맨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맨해튼의 빌딩은 저마다 근사하고, 그 건물들이 수놓은 스카이라인은 감탄을 자아낸다. 뉴욕에 가면 고개를 숙이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땅을 보면 착잡하다. 거리는 지저분한 편이고, 지하철 역사 내는 어둡고 지린내가 진동한다. 입구에서 내려가기가 꺼려진다. 아침에 공원을 가면 밤새 그곳에 머물렀던 노숙자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낭만과 여유가 넘치던 그 공원이 맞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