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급증, 장례 주관제도 개선 필요성 대두

등록 2024.09.30 15:21수정 2024.09.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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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구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가족관계 단절 등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별 공영장례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17년 366건이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지원 건수는 2023년 1225건으로 증가했다. 무연사회가 가속화됨에 따라, 연고자를 혈연과 법률혼에 한정하는 현행 시스템은 사망자를 쓸쓸한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친구의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양천구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는 오랜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러주고자 했다. 하지만,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친구의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고, 가족관계상 연락이 끊긴 형제자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장례가 미뤄졌다. 결국 시신은 차가운 안치실 냉장고에서 20일 넘게 방치된 상황이 되었다.

김씨의 사례는 현행 법률이 혈연 또는 법률혼 관계에 의한 연고자만을 인정함으로써 발생한 문제다. 가족과의 교류가 단절된 사망자들은 법적 연고자의 동의 없이는 장례가 진행되지 못해 사망 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제도적 변화의 첫 걸음, 그러나…

2023년 3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되면서 무연고 사망자가 사망하기 전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을 장례주관자로 지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혈연과 법률혼 중심의 장례 주관자 범위를 확장하려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종교 활동이나 사회적 연대 활동 등을 함께한 사람도 장례를 주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제도는 장례 절차가 지체되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연고자(가족)의 의견 조회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사망 후 3일 내에 진행되는 일반 장례와 달리,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는 이러한 행정 절차로 인해 30일 이상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무연고 사망자, '지체되지 않을 권리' 보장 필요

무연고 사망자도 인간으로서 존엄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그들이 차가운 냉장고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따뜻한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혈연과 법률혼 중심의 연고자 판정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보완되어야 할 시점이다.
#무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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