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주호영 국회 부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안 그래도 의료대란 해결을 놓고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 사이 기류가 미묘한 가운데, 연이은 한동훈 '패싱' 논란이 터진 탓이다.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빈손' 만찬 회동 이후 서로의 불쾌한 감정만 노골적으로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관련 기사:
'용산 만찬' 엇갈린 후기, 친한 "발언 기회 없어"-친윤 "안한 것" https://omn.kr/2aayd).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하며 의료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의료계 핵심 요구사항인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를 두고 정부가 여지를 차단하면서, 한 대표의 보폭이 좁아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별도로 의과대학 정원 추계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나서면서, 한동훈 대표의 '여야의정 협의체' 구상의 힘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직접 한 대표에게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잔불이 채 꺼지기도 전에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 녹취가 기름을 끼얹었다(관련 기사:
"한동훈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 전직 행정관 녹취 파문 https://omn.kr/2aduj).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하는 한국경제신문 창간 60주년 행사 직전, 불참 의사를 밝히며 대신 의료계 인사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제외한 당 원내지도부와 함께 2일 만찬을 할 예정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주요 특별검사 법안들이 재표결에 들어가는 수순이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전 '표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주류이다.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여당 원내지도부와 회동을 한 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과 시점이 이번 만찬에 다른 결의 맥락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여러 차례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용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터라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참 미묘한 시점이기는 하다... 독대 시기 빨리 왔으면 좋겠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일 오전, '패싱' 해석에 거리를 두면서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성사되기를 기대했다. 확전을 자제하는 대신, 용산 대통령실에 재차 한동훈 대표와의 독대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곽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만찬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시점상으로 참 미묘한 시점이기는 하다"라며 "이번 10월에 국정감사가 열리기 때문에 당정관계에 있어서 국감을 앞둔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좀 격려하는 그런 면도 있을 수 있다"라고 추측했다.
"다만 이게 오늘 재의요구 행사가 있은 다음에 바로 만찬이어서 조금 그런 분위기로 보일 수는 있다"라고 에둘러 지적했다.
진행자가 독대와 관련해 묻자, 곽 대변인은 "그런데 독대라고 하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만찬이 굳이 패싱을 하는 그런 만찬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만찬과는 별개로 또 두 분이 따로 만나실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지 있을 것"이라며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곽 대변인은 동시에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수사결과가 발표된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사과를 하는 그런 언급은 조금 부적절한 것 같다"라면서도 "수사결과가 다 발표되고 마무리된 다음에 김건희 여사 본인께서 판단해서 결정하실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김대남 전 행정관 녹취에 대해 "한동훈 대표가 본인의 SNS를 통해서 입장을 밝혔듯이 정말 국민들과 우리 당원들이 보시기에 얼마나 한심한 행태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좌파계열의 그런 유튜버와 접촉을 해서 같은 당 후보를 공격하는 그런 논의를 했다 하는 것은 누가 봐도 한심한 작태인 것 같다"라는 평가였다.
언론 보도에 불쾌감 드러낸 추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