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의 사망신고 처리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린 까닭

등록 2024.10.10 14:30수정 2024.10.10 14:30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8월 6일,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자택에서 사망한 김아무개씨의 사망 신고가 처리되기까지는 무려 56일이 걸렸다. 그 긴 시간 동안 사망자의 친구 이아무개씨는 무연고 사망자의 복잡한 행정절차에 막혀, 소중한 친구의 장례를 치를 수가 없었다.

김씨의 오랜 친구 이씨는 친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직접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러나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연고자(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의 시신 처리 위임 절차가 완료되어야만 장례를 주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접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관계가 단절된 서류상 가족이 진정한 연고자?

이씨는 "형님은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큰누나와는 20년 넘게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라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실제로 김씨의 작은 누나의 장례를 치러주었던 이씨는 작은 누나가 몇 년 전 세상을 떠났을 때에도 그의 형제·자매는 장례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며 오랜시간 관계가 단절된 서류상의 가족이 진정한 연고자가 맞는지 되물었다.

친구가 차가운 안치실 냉장고 속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던 이씨는, 직접 연고자들을 찾아가 위임을 받아오겠다고 요청했으나,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주소를 알려줄 수 없다는 담당 공무원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8월 17일, 시신 처리 위임 등기 우편이 연고자에게 발송되었으나, 3차례 배송 시도 끝에 8월 27일, "폐문부재"로 반송되었다. 이후 행정절차법에 따른 공시송달이 14일간 진행되었고, 9월 11일에서야 이씨는 비로소 지자체로부터 장례 주관자로 지정받아 시신을 인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장례가 치러졌고, 며칠이 지난 시점에 "감사합니다.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라는 문자가 와있었다. 문자에는 김씨의 화장증명서와 함께 영구 봉안된 장소의 영수증이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1인 가구 증가 추세... 장례문화 변화 필요해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1인 가구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5%에 달하며, 65세 이상의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0%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다.


이러한 사회변화는 장례문화도 혈연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변화가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2023년 장사법이 개정되어 앞선 김씨처럼 장례주관자를 지정받아 장례를 치를 수 있으나 혈연관계 가족들의 위임절차가 종료되어야만 장례주관자 지정을 받을 수 있어 시신은 장기간 안치실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일본은 1992년 최고재판소에서 사후위임계약의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사후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판례가 있다. 우리나라도 생전 유언장이나 공정증서를 통해 사망자가 장례 주관자로 친구나 이웃 등을 지정한 경우, 연고자와 동일한 순위에서 고인의 장례를 주관할 수 있도록 하는 사후자기결정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헌법 제10조에 의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생전뿐만 아닌 사후에도 그들이 인간으로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길 기대한다.
#무연고사망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3. 3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