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사진 한 장에 눈시울이 붉어진 어르신들

행복드림봉사단, 한센인 정착촌 영락원에 청춘사진 전달 및 장학금 전달

등록 2024.10.14 08:36수정 2024.10.1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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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청춘사진. 충남 서산 영락원 어르신들은 청춘사진을 받아들고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영락원은 50여년 전 한센병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배척된 이들이 깊은 계곡을 따라 산속 깊이 모여서 만들어진 한센인 정착촌이다.


 사진작가 정주은 씨의 재능기부로 탄생한 ‘청춘사진’(사진제공: 정주은 사진작가)
사진작가 정주은 씨의 재능기부로 탄생한 ‘청춘사진’(사진제공: 정주은 사진작가)정주은

행복드림봉사단(회장 한옥화) 회원들과 사진작가 정주은씨는 12일 영락원을 찾아 그동안 작업해 온 마을 사람들의 청춘사진 결과물을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회원들이 정성껏 만든 닭백숙과 서산색소폰(회장 장봉덕) 단원들의 공연도 함께 했다.

액자 속에 담긴 청춘사진을 보자 잠시 말문을 잇지 못하는 어르신들. 눈물이 글썽거리는 어르신들. 회한과 감동이 교차하는 순간이 이와 같지 않을까.

"우리 마을 사람들이 모두 영화배우 같어. 철이네 할머니는 처녀 때 모습이 다시 살아났네."

갓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센병에 걸린 신랑을 따라 정착촌에 들어온 철이네 할머니 나이도 이젠 팔순을 앞두고 있다. 바깥 양반은 세상을 등진 지 오래, 지금은 손자와 함께 살고 있다.

이번 청춘사진 재능기부에 나선 사진작가 정주은씨는 "어르신 모두 여느 모델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인고의 세월 속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담아내려 노력했는데, 사진을 보시고 모두 만족하시는 모습에 저도 가슴이 뭉클하네요"라며 뿌듯해 했다.


한옥화 행복드림봉사단 회장은 "안타깝게도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아 사진 촬영에참여하지 못한 어르신이 몇 분 계십니다. 이웃들의 사진을 보고 늦게라도 사진을 찍고 싶다 하셔서 작가님께 여쭤 보니 정주은 작가님께서 추가 작업을 해 주신다고 합니다"라며 사진을 받지 못해 섭섭했던 어르신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이제 잊혀진 마을, 아니 우리 사회가 잊고 싶은 마을이 되어버린 한센인 정착촌. 전국에 82곳이 남아 있다. 우리 사회는 천형이라는 한센인들에 대한 배척과 멸시, 그리고 낙인이라는 가해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거나 기억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2세, 3세로 이어지는 한센인 가족이라는 낙인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염병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재앙이지만, 재앙을 극복하기보다 환자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그들의 인권조차 박탈할 수 있다는 악몽이 다시 재발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행복드림봉사단에서는 지난 1년 영락원 마을 어르신을 위해 매월 맛있는 음식으로 함께 하며 가슴속 깊이 새겨진 상채기를 어루만져 왔다. 이번 청춘사진 이벤트는 만남의 1년을 축하하는 날이기도 하다.

청춘 사진 한 장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상채기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행복드림봉사단 회원들과 정주은 사진작가, 그리고 서산색소폰 단원들은 영락원 마을 어르신들의 손을 꼭 잡고 약속했다.

"계속 찾아 뵙겠습니다. 우리 함께 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서산영락원 #청춘사진 #행복드림봉사단 #서산색소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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