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되나?' 내년 산부인과 레지던트 임용, 단 38명

저출산에 따른 운영비 증가와 산모 고령화에 따른 위험도 증가도 원인으로 꼽아

등록 2024.10.15 10:05수정 2024.10.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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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간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가 불 보듯 뻔하다. 의료계 전공의 사직으로 심각한 의료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특히 산과는 저출산과 맞물려 설상가상으로 위기를 맞았다.

2025년 레지던트 임용 대상자 474명 중 남은 산부인과 전공의는 38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사직한 전공의 중 산부인과의원에 재취업한 경우는 4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이 밝히며 "특히 산부인과는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보다 더 심각한 의료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산모와 태아의 진료를 담당하는 전국 대학병원 산과 전문의 4명 중 3명은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이대로 가다간 산부의과 의사가 결국 씨가 마를 것"이라 우려하며 "의료인프라가 붕괴되기 전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하루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2024년 6월 기준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에서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 수는 425곳으로, 706곳이었던 2013년에 비해 281개 감소했다. 특히 의원급 산부인과에서 가파르게 하락해 2013년 기준 409개에서 2023년 195개로,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분만 건수도 하락세를 탔다.

2019~2023년 사이 전국 지역별 분만 건수 서울 등 대부분의 주요 지역의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2019~2023년 사이 전국 지역별 분만 건수서울 등 대부분의 주요 지역의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보건복지부

더 큰 문제는, 지역 내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도 72곳에 달했다는 점이다. 전국 시‧군‧구 250곳 중 22곳은 아예 산부인과가 없었다.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 자체를 할 수 없는 곳이 지자체 중 30%가 넘는 50곳이었다.

대학병원의 산부인과도 실상이 녹록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산부인과 담당 교수는 1, 2명에 불과했다. 이들 중 과반은 한 달에 많게는 10회 가까이 당직을 서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신생아 수 감소에 따른 운영비용 증가와 낮은 보상, 의료사고 위험 등이 산부인과 의사의 이탈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재연 회장은 "산부인과의 인프라 위기는 나아가 우리나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저출산 문제 해결과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강구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 의사의 평균 나이는 54.4세로 향후 10년 내 절반 이상이 정년 퇴임이다"면서 "산부인과 의사처우 개선과 분만 의료기관 지원, 의료사고에 대한 보험 지원, 저출산 문제 해결 등 다각적인 정책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필수의료분야 의료인에 대한 보험료 지원 강화 차원에서 내년도 예산으로 94억 원을 신규 배정했다. 그중 산부인과 개원의에게는 14억 3900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분만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621명에게 1인당 463만 5500원의 보험료를 50%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 의사배상보험료는 1173만 원인데 반해 정부지원은 1인당 463만 5500원으로, 턱없이 부족하게 산정했다"면서 "기존 의료인이 가입한 의협공제회와 각 진료과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배상 보험이 있는 만큼 중복된 기능이 예견되는 의료기관 안전공제회 설립보다 (분만 시 사고 배상액) 전액을 국가 배상 기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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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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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교육원 전임교수. 사소한 것일 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화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아파하는 곳을 찾아갑니다. seoulp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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