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 봉천마을 앞 옛 전라선 철길 흔적, 현재는 농로
이완우
군곡 마을에서 봉천 마을까지는 2.7km 구간이다. 그런데 이 구간은 길을 걸으면서 고개를 넘고 하천 교량을 건너고 황금 들녘의 논길을 지나며 자연과 조화로운 풍경을 이루는 6가지 길의 형태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군곡 마을에서 고갯길(방고개)을 오르면 고갯마루에 육중한 콘크리트 기둥이 서 있고, 그 위에 도로 상판이 올려져 순천완주고속도로가 달리고 있다. 둔남천 교량을 앞두고 들녘을 전라선 고가 선로 위로 KTX 열차가 달리고 있었다.
둔남천 제방 위치에 조선 시대의 통영별로로서 역참의 말이 달리는 역로(驛路)가 있었다.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임실현의 관아 옆을 지나는 통영별로는 성수지맥 산줄기 능선의 고개인 말재를 넘어 계곡 골짜기를 따라 둔남천을 거의 직각으로 바라보며 내려왔다. 둔남천 교량을 건너니 바로 17번 국도가 길게 냇물을 따라 내리뻗고 있다.
봉천 들녘은 농지의 경지정리가 시대상 앞선 곳이며, 이 들녘 가까운 마을들은 1970년대 새마을사업 최우수 마을들이었다. 이 봉천 들녘에 들댕이(들당이, 평당 坪堂), 평당원천(坪堂院川) 등 남아 있는 옛날 지명은 이곳이 예로부터 넓고 비옥한 들녘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곳 평당원천(둔남천)에 연산군 때에 홍길동의 활빈당 무리가 나타났다가 지리산 방면으로 이동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선조 때 허균(1569~1618)이 지은 <홍길동전>(洪吉童傳)의 작품 속 주인공이 홍길동인데, 연산군 때에 실제 인물 홍길동이 있었다.
봉천보건진료소를 지나 농로를 한참 걸으니 봉천정미소 앞에 농로가 시원스레 나타났다. 이 농로가 70년 동안 전라선 철도의 옛날 선로 자리이다. 선로의 자갈, 침목과 레일 등 철도 시설이 철거되고 철도의 노반은 농로로 활용하여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다.
봉천 마을에서 현재의 전라선 철도 오수역을 지나서 오수 의견설화 발생지까지 되돌아오는 길은 6.2km의 구간이다.
봉천 마을을 통과하여 성수지맥 산줄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말재를 넘어 오수로 향하는 옛날의 신작로이면서 예전의 17번 국도가 나타난다. 비포장 산길이다.
성수지맥의 고개 말재에서 조선 시대의 통영별로 걷는 옛길은 고개 정상에서 계곡을 따라 가능한 최단 거리로 평지로 내려와서 둔남천의 흐름을 따라 걷는 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