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사단 원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기 전 남긴 메모 일부. "사회에서 잘 지냈는데 군에서만 이런다고. 잘못하면 옥살이를 할 수 있다고 중대장님, 행보관님이 말씀하셨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원 일병 가족 제공
원 일병은 지난해 6월 27일 운전병으로 훈련소에 입대했다. 같은 해 9월 1일엔 당초 보직과 달리 제17사단 방공중대에 자대배치를 받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3주도 지나지 않아 진지 근무에 투입되며 군에 적응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원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 전 작성한 메모를 근거로 "이 과정에서 소속 중대장과 행정보급관의 협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군은 뒤늦게 해당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봤고, 사건 당시 제17사단 방공중대장이었던 서아무개 소령(38)과 같은 소속대 행정보급부사관으로 있던 박아무개 원사(50)에게 협박 혐의를 적용해 지난 4월 4일 군검찰에 넘겼다. 군검찰은 지난 6월 18일 이들을 기소했다.
군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 소령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10시~오후 2시 소속대 방공중대장실에서 원 일병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는 원 일병이 "힘들다", "죽고 싶다"라는 말을 반복하자 "사회에서 잘 지냈는데 군에서만 이런다고 (들었다). 잘못하면 옥살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원사 역시 같은 날 원 일병과의 면담에서 서 소령과 같은 발언을 이어갔다. 더해 지난해 11월 20일 오후 5시경엔 행정보급관실 앞 복도에서 원 일병에게 "너 계속 이러면 병역기피로 조사 의뢰할 수 있다. 만약 복무 기피로 (결과가) 나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다만 두 사람은 공소장의 "옥살이" 발언 부분은 부인함).
지난 9월 10일 진행된 첫 공판 겸 결심공판에서 군검사는 두 피고인(서 소령, 박 원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제2지역군사법원 제1재판부(재판장 장준홍 대령)는 이날 오후 1시 50분 진행된 서 소령과 박 원사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각 행위는 중대장과 행정보급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 상규에 반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작성한 노트가 유일한 직접적인 증거로 보이지만 작성일자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협박이 아니라) 군복무 중인 피해자를 설득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되지도 않는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쫓기듯 떠난 피고인들 "최선의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