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어떤 상황에서도

[서평]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배우는 아가페

등록 2024.10.16 18:16수정 2024.10.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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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한다. 아가페적 사랑, 에로스적 사랑, 플라토닉 사랑, 필리아적 사랑 등.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아가페적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문화비평가이며 사상가로 대표작 <전쟁과 평화>, <안내 카레니나>가 있다.

톨스토이의 단편선은 2000년대 초반, MBC! 느낌표의 추천으로 사서 읽게 되었다. 열여섯의 나이에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나에게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사람에게 있어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주었으니깐.


그때 즈음 세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한일 월드컵 시기에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발생해 꽤 침울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은 이렇게 전쟁과 아픔, 상처로 얼룩져있다. 또한 가난과 고통, 배척, 폭력도 만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톨스토이는 57살에 이 소설을 발표했단다. 러시아정교회의 신앙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 중요함을 설파하고 싶었던 것이다.

소설은 골목에 벌거벗은 채 굶주리고 있는 나그네 미하일을 가난한 구두장이 세몬이 집으로 데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의 아내 마트료나는 처음에는 마구 화를 내지만 곧 따듯하게 대접하고 그들 부부와 아이들과 함께 살게 된다.

톨스토이 단편선 표지 톨스토이 단편선 표지
톨스토이 단편선 표지톨스토이 단편선 표지인디북

오만한 신사가 가죽을 맡기며 구두를 만들러 찾아오기도 하고, 쌍둥이 소녀의 신발을 주문하는 아주머니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미하일은 세몬의 기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해 흡족하게 한다.

그리고 아주머니와 두 아이가 떠나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그의 등 뒤로는 휘황찬란한 빛이 보인다. 그는 사실 하느님의 벌을 받아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였던 것이다. 이제 하느님의 용서를 받았으니 돌아간다는 것이다.


세몬이 미하일을 길에서 만났을 때 그냥 지나쳤으면 어떻게 됐을까? 미하일은 하느님의 용서를 받을 기회를 얻었을까? 세몬은 가난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죽지는 않았을까?

미하일은 세몬과 살면서 세 번의 미소를 보여준다. 그때마다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건 바로 하느님이 가르쳐주고자 한 것이 '사랑'이었음을 말한다. 마트료나는 미하엘이 처음 집에 온 날, 투덜대면서도 그를 위해 식사를 대접한다. 오만하고 무례한 신사는 구두를 주문하고는 돌아가는 길에 바로 마차에서 쓰러져 죽는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면서 살아가는 각박한 인생을 보여준다.


두 아이를 데려온 아주머니는 자신의 친딸도 아니면서 극진한 사랑으로 보살피며 귀족 신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두 아이는 비록 부모님이 안 계시지만 사랑이 있다면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한국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능력주의, 성공에 대한 신화로 가득하다. 하지만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영감과 깨달음을 주는 것은, 이 고전이 현 시대를 사는데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각박하고 경쟁적이고 차가운 관계가 주를 이루는 세상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 간의 따뜻한 정과 사랑, 인류애임을 느끼게 해 준다.

신은 인간을 사랑 안에 거하게 하며 인간 또한 사랑의 존재로서 세상에 사랑을 베풀도록 만드셨다. 사랑이 없다면 날개가 부러져 추락한 천사, 미하일처럼 벌을 받고 깨달음의 고통을 겪어야 할지 모르겠다.

겪어보기 전엔 알 수 없다지만,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온몸으로 느껴보는 건 어떨까?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s://brunch.co.kr/@lizzie0220/1169에도 실립니다.
#톨스토이 #단편 #소설 #러시아문학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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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심어주고 싶은 선생님★ https://brunch.co.kr/@lizzie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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