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토론회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즉답 피한 윤 대통령

등록 2024.10.16 11:44

수정 2024.10.16 11:44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도시 제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15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 도민들의 큰 관심사이자 시간이 급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즉답을 피해 논란입니다.

윤 대통령은 15일 오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스물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그간 제주에선 윤 대통령이 다른 도시에서만 '민생토론회'를 했다며 '제주 홀대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서인지 모두 발언에서 "무엇보다 일찍 찾아뵀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도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참석한 오영훈 도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민 의사를 물을 수 있는 이런 방안(주민투표)이 마련된다면 도민의 자기 결정권을 강화해 분권과 균형 발전 정책을 시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했습니다.

오 지사는 "현재 강원이나 전북은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기초단체를 폐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또 (제주도에는 기초자치단체가 없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약화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 지사의 요구에 "(행정체제 개편은) 도지사의 권한이 줄어드는 것인데..."라며 혼잣말처럼 말을 흐렸다가 곧바로 다음 주제로 넘어갔습니다.

제주 정가에선 윤 대통령이 "검토해 보겠다"라는 의례적인 답변조차 나오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제주는 애가 타지만 대통령직속위 "먹고사는 문제 아냐"

제주는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2개의 행정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주시장이나 서귀포시장 모두 제주도지사가 임명합니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면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로 분리되고 자치단체장도 모두 도민들이 투표로 뽑을 수 있습니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려면 올 1월 개정된 제주특별법' 제10조 2항 '제주도의 계층구조 등 행정 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엔 (행정안전부 장관이) 도지사에게 주민투표법에 따른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반드시 주민투표를 해야 합니다.

그동안 제주도는 행안부에 주민투표 요구를 해 달라고 수차례에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행안부는 "실무진 협의를 통해 검토하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행안부의 이런 태도에 2026년 7월 시작하는 민선 9기에 맞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려는 제주도는 애가 탑니다. 주민투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이후에도 특례법이나 자치법규를 개정하거나 심사해야 하고, 청사 배치, 재정이나 사무 분배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민생토론회가 끝난 뒤 열린 제주지역 언론에서도 제주형 행정체재 개편에 따른 행안부 주민투표 요구 등에 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은 "민생토론회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체제 개편은 민생토론회에서 다루기 어려운 문제였다"며 "행안부와 협의를 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이번 주까지 정부의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연내 주민투표가 어렵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도민사회에선 제주도민들의 삶과 밀접한 행정체재 개편을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민생토론회 의제에서 제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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