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창업기업 큐어버스, '먹는 치매 신약 후보물질' 5037억원에 수출

과기정통부 "상용화 성공시 출연연 역대 기술수출 사례 중 최대 금액 성과"

등록 2024.10.21 14:37수정 2024.10.2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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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판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자기업의 바이오 기술 해외 이전을 설명하고 있다.
황판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자기업의 바이오 기술 해외 이전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먹는 치매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오상록, 아래 KIST) 창업기업인 ㈜큐어버스(대표 조성진)가 이탈리아 제약사인 안젤리니파마와 총 3억7000만 달러(한화 5037억 원, 개발단계별 마일스톤 포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 아래 과기정통부)와 KIST는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KIST 출자기업의 바이오 해외기술 이전' 브리핑을 통해 이탈리아 현지시각인 16일 오전 11시(한국 기준 18시)에 이같이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황판식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우선 "우리나라가 3대 게임체인저 기술 중 하나로 첨단바이오를 집중 육성 중인 가운데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수출된 기술은 치매치료제로 개발 중인 CV-01(씨브이-공일)"이라고 발표를 이어갔다.

이어 그는 "(CV-01은) 올해 9월 서울대병원에서 임상 1상에 착수했다"며 "임상 진행 단계별 성공 여부에 따라 지급되는 마일스톤이 포함된 금액으로, 신약 상용화 성공 여부에 따라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 수출 사례 중 역대 최대 금액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제약회사들은 치매의 원인으로 꼽혀온 아밀로이드베타단백질이 뇌에 과다하게 쌓이는 것을 막거나 제거하는 물질을 개발해왔으나, 효능의 한계와 환자 사망 등 안전성 문제가 존재했다. 이에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뇌염증 및 산화성 스트레스가 치매의 근원일 가능성에 주목해 이와 관련된 차세대 기전의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박기덕 KIST 박사 등 연구진이 2014년부터 차세대 치매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다.

황 실장은 "주사제가 다수인 치매치료제로서는 흔하지 않게 '먹는 약'으로 개발되어 고령의 환자도 스스로 제때 복용 가능하므로 고령화에 따른 치매의 사회적 비용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성과는 신약 개발 전주기에 걸친 정부와 출연연의 기술 사업화 지원 전략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KIST 박기덕 센터장,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 진정욱 박사(CSO)
사진 왼쪽부터 KIST 박기덕 센터장,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 진정욱 박사(CSO)KIST 제공

박기덕 KIST 박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고령화에 따른 글로벌 어젠다의 사회 현안 문제다. 특히 한국은 가파르게 인구의 고령화가 증가하고 있고, 2050년에 약 106조 원의 사회적 비용과 환자는 3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간 과정을 설명했다.

박 박사에 따르면, 연구진은 'Keap1/Nrf2 시그널 경로'를 통해 신경염증 반응을 억제하여 뇌 신경회로 손상을 방지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다년간의 연구 결과 해당 반응 경로를 표적(타겟팅)하는 'CV-01'을 개발했으며, 신약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해당 기전의 치매치료제로는 세계 최초(First-in-Class)가 된다고 한다. 이는 파킨슨병과 뇌전증 등 뇌 신경 손상이 원인인 다양한 뇌신경계 질환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Keap1/Nrf2 시그널 경로'란 산화성 스트레스 및 염증에 대한 생체 내 대표적 방어 기전. 고령화로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치매, 파킨슨병 등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박사는 "고령화나 어떠한 질환, 환경에서는 이 스위치, 이 방어 기전이 켜지지 않게 되면서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며 "(연구진은) 이런 스위치를 켤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한 것이고, 퇴행성 뇌질환이나 다른 난치성 뇌질환 또한 만성 염증 질환으로도 적응증이 확장 가능한 그런 약물 치료 기전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큐어버스 치료제 특장점은 주사제가 다수를 차지하는 치매치료제로는 흔하지 않게, '먹는 약'으로 개발되어 자가에서 손쉽게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질병의 원인 물질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성질이 커서 기존 뇌혈관부종 등 부작용도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치매 신약 후보물질은) 저분자 화합물 약물이어서 뇌혈관장벽 투과가 용이하여 뇌 등으로의 약물 침투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며 "치매의 발병 전 예방 용법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고, 고령화의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획기적 약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이번 글로벌 기술이전의 의미에 대해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가 직접 설명했다.

조 대표는 "안젤리니사는 이탈리아에 기반을 둔 글로벌 제약회사로, 유럽 내에서 상당한 규모의 매출을 하는 제약회사 중 하나이며, 여러 뇌신경 질환 관련 파이프라인들에 집중하고 있으면서 신약의 직접 상업화가 가능한 기업"이라며 "특히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약물에 대한 유럽 판권을 가지고 판매를 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글로벌 권리 외 개발 및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이 최대 3억7000만 달러 이상으로 매출 로열티를 제외하고도 총 계약 규모가 5000억 원을 넘는 대형 기술이전 성과"라며 "한국과 중국에서는 큐어버스가 상업화 권리를 유지하고 독자 개발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을 기반으로 창업한 연구소기업이 기술 이전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 성과이다. 나아가 이번 기술이전 계약 체결은 출연연의 공공연구성과가 산업 분야로 확산될 수 있는 잠재력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2016년부터 KIST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의 주요 사업(43억5천만원)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 기술개발에 착수했고, 2021년 KIST 내 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바이오스타 사업(2021~2024년, 10억5천만원)을 통해 KIST의 유망 기술에 대한, 기반한 ㈜큐어버스의 기술 창업을 도왔다. 이듬해 KIST와 'CV-01'에 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큐어버스는 같은 해인 2021년에 '홍릉 연구개발특구'에 연구소기업으로 등록되어 과기정통부로부터 세제특례, 투자유치, 해외 진출 등 사업화 지원(2021~2024년, 3억원)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비임상을 2년만에 완료, 81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헀다.

2023년부터는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관하는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의 과제(15억원)에 선정돼 임상 1상을 지원받고 있다.

한편, 조성진 대표는 "CV-01은 치매, 뇌전증, 파킨슨병 등과 뇌신경계 질환에 획기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치매 등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며 "기술개발, 사업화, 임상 등 전 주기에 걸친 정부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록 KIST 원장은 "KIST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이 첨단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제약시장에 진출한 훌륭한 사례가 됐다"며 "앞으로도 게임체인저가 될 세계적 원천기술 확보에 힘쓰고, 국민이 체감할 만큼 파급효과가 큰 기술이전 성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황판식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그간 정부의 꾸준한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지원에 힘입어, 최근 출연연의 대형 바이오 기술이전 성과들이 차례로 나타나고 있다"며 "출연연과 대학의 우수 연구성과를 바이오 기업의 임상과 사업화까지 연계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중심에 두고,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한 기술사업화 정책과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먹는치매신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IST #큐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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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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