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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복귀' 논란 조선총독 글씨, 어디서 왔나 봤더니

[보도후] 산호공원 불망비 앞에 묻혀 있었는데 마산박물관 앞에 '전시'... 시민들 철거 요구 기자회견 예정

등록 2024.10.22 10:53수정 2024.10.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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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립 마산박물관에 더 돋보이게 해서 전시된 옛 추산정수장의 조선총독-마산부윤의 글씨를 새긴 석물이 1995년 철거되었을 때 마산 산호공원 화단 바닥에 2001년까지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에 더 돋보이게 해서 전시된 옛 추산정수장의 조선총독-마산부윤의 글씨를 새긴 석물이 1995년 철거되었을 때 마산 산호공원 화단 바닥에 2001년까지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열린사회희망연대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윤성효

일제강점기 때 우리 민족을 수탈‧탄압했던 조선총독과 마산부윤(마산시장)이 쓴 글을 새긴 석물이 야간조명까지 달아 다시 '화려한 복귀'를 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1995년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로 철거했을 당시 산호공원 화단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석물은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 창원마산 추산정수장이 완공됐을 때, 제3‧5대 조선총독 재등실(齋藤實)이 쓴 '산명수청'(山明水淸, 산수가 맑고 깨끗하여 경치가 좋음)과 일본인 마산부윤 판원지이(板垣只二)가 쓴 '수덕무강'(水德无疆, 물의 덕은 너무나 커서 그 끝이 없음)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 석물은 1995년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사업의 하나로 철거되어 마산 산호공원에 있다가 2001년 마산박물관이 건립되면서 다시 옮겨졌고, 2022년 9월에 지금의 형태로 전시되었다.

2001년 마산박물관으로 옮겨왔던 2개 석물은 주차장 주변이면서 문신미술관 오르는 길 바로 옆에 있는 흙바닥에 나란히 묻혀 있었고, 글자만 보이도록 되어 있었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에 더 돋보이게 해서 전시된 옛 추산정수장의 조선총독-마산부윤의 글씨를 새긴 석물이 1995년 철거되었을 때 마산 산호공원 화단 바닥에 2001년까지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에 더 돋보이게 해서 전시된 옛 추산정수장의 조선총독-마산부윤의 글씨를 새긴 석물이 1995년 철거되었을 때 마산 산호공원 화단 바닥에 2001년까지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열린사회희망연대

지금은 석물을 다시 옮겨, 지지대를 세워 높여 놓았고 아래위로 잘 보이도록 해놓았으며, 밤에는 조명이 비추도록 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석물은 도드라져 보이는데 양쪽에는 '어린이 헌장비'와 '3‧1독립운동기념탑 이전 안내판'이 나란히 있다.

29년 전인 1995년 김영삼정부 시절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차원으로 철거 되었던 두 석물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공원으로 옮겨졌던 것이다. 추산정수장에서 뽑혀 이곳으로 옮겨져 있었던 석물이 어떤 형태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마이뉴스> 보도 뒤, 여러 제보가 있어 확인 과정을 거쳐 당시 형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산호공원으로 옮겨졌던 두 석물은 공원 내 "목발 김형윤 불망비" 앞쪽 화단 바닥에 눕혀져 있었던 것이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은 "보도 이후 여러 제보가 있었다. 관련 사진을 제공해 오기도 했다"라며 "일본 헌병의 눈알을 뽑았다고 하는 김형윤 선생의 불망비 바로 앞에서 사람들이 화단을 건널 때 디딤돌로 밟고 다녔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오는 23일 오전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석물의 철거를 요구하기로 했다.


창원시청 시민의소리 "일제강점기 총독 글씨도 전시하나요?"

창원시청 홈페이지 '시민의소리'란에 해당 석물을 전시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시민은 "마산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총독 글씨도 전시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 18일에 올렸다. 이 시민은 "박물관에 가면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고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웬걸, 조선 총독의 글씨가 당당하게 전시되어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라며 "참, 놀라운 선택이네요. 일제 강점기의 상징인 조선 총독의 글씨를 박물관에서 자랑스럽게 걸어두시다니,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 아닌가요"라고 했다.

그는 "아니, 그럼 이제 박물관은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끔찍했던 시기를 기념하고 찬양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려는 건가요? 그렇다면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인들이 겪었던 고통과 아픔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지네요"라며 "조선 총독의 글씨를 보며 '아, 정말 멋진 서체구나!'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 건가요? 혹시 박물관이 일본 총독부의 전성기를 기념하는 전시로 방향을 잡으신 건지 묻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어이없는 전시 기획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정말 궁금합니다"라고 한 그는 "조선 총독의 글씨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것을 아무런 배경 설명도 없이 전시해두는 건 단순한 무지함이 아닐까요? 아니면 그 시절의 아픔을 잊고 편하게 넘어가려는 건지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부디,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그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조선 총독의 글씨를 전시할 때는 그와 함께 일제의 만행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적절한 설명과 맥락이 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전시를 계획한 이유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라며 "조금 더 신중한 전시 기획을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관련기사]
철거됐던 일제 조선총독 글씨, 야간조명 달고 화려한 복귀?
#추산정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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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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