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 땅과 삶의 모습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길(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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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T는 지금까지의 둘레길과도 다르다. 둘레길은 정제된 길이다. 숲과 산 둘레에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도보길을 닦고 필요하면 데크길도 설치해 일정 구간 자연과 벗하며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만든 길이 둘레길이다.
하지만 HANT는 날것의 길이다. 우리 국토의 생김 그대로를 보고 느끼기 위한 길이다. 때문에 HANT는 길을 새로 만들어 걷지 않는다. 만들 필요도 없다. 우리 국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쓰임새 그대로 보고 느끼기 위해서이다.
다만, 우리 국토를 느낄 수 있다면 지자체가 만들어놓은 도보길을 최대한 활용해서 걷는다. 그렇게 지역과 지역을 잇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서 도보 국토대장정이 완성되는 국토종주 트레일이 HANT이다.
외국 사례... 일본의 장거리 자연보도, 국가가 관리하는 미국의 도보길
우리는 그동안 없었지만, 도보 국토종주 트레일의 외국 사례를 보면 가까운 이웃 일본의 경우, '장거리 자연 보도'란 이름으로 일본 전역을 종단, 횡단, 순환하는 보행자 중심의 길을 1970년대부터 조성해 이용하고 있다. 2022년 현재 총 2만 7783km의 자연보도가 설치돼 있고, 연간 6천만 명 이상이 장거리 자연보도를 이용한다.
6천만 명이 걷기여행을 통해 유발하는 경제효과는 천문학적이다. 가령 제주올레길의 경우 2020년 한 해 동안 약 360만 명이 제주 올레길을 걸었고, 4천억 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했다. 6천만 명은 그 20배에 가까운 경제효과로 일본 경제와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하이킹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트레일이 존재하는데, AT, CDT, PCT, NCT 등 3,000km가 넘는 장거리 트레일을 포함해 8만 3000여 km에 달하는 자연 및 역사 내셔널 트레일(국가에서 지정 관리하는 도보길)이 있다.
미국이 하이킹의 성지처럼 된 것은 도보 순례길을 국가가 주체가 돼 관리하는 영향이 크다. 도보 순례길에 대한 신뢰와 걷기의 가치를 국가가 주도가 되어 함양하므로 기타 수많은 트레일의 중요성이 같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도 걷기여행을 위해 미국을 찾고, 수많은 도보 유동인구를 만들어 내므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국가는 내셔널 트레일을 관리할 뿐 아니라 '내셔널 트레일의 날'을 정해 기념하고 걷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통합 여행여권, 등급 및 인증 시스템을 운영한다.
또 영국의 National Trail, 뉴질랜드의 Walkway, 호주의 Walking Track, 독일의 Wandering Route 등 모든 선진국엔 도보 국토 순례길이 활성화돼 있다. 산업화의 그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도보길 유지와 확장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HANT가 불러올 기대효과
이제 우리나라도 사람길로서 도보 국토종주길을 가져야 한다. 일본은 '자연보도'라고 칭했지만 우리는 사람과 소통을 회복하는 더 많은 뜻이 담긴 '사람길'이라고 말한다. 한국인이라면 외국의 산티아고 길을 먼저 걷는 것이 아니라 국토종주길을 먼저 걷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