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미르스타디움 잔디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서영주 조경사가 잔디를 정비하고 있다.
용인시민신문
지난 15일, 이라크와의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이 열린 미르스타디움에는 3만7천여 명의 축구팬이 찾았다. 이날은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 문제로 대체 구장으로 선택된 미르스타디움 잔디 상태에 관심이 집중됐다.
중계화면을 통해 공개된 미르스타디움의 잔디 상태는 '최상'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은 이 잔디의 비결에는 서영주 조경사의 노하우와 열정이 있었다.
30여 년간 주로 골프장 잔디를 관리해 온 서영주 조경사는 5년 전부터 미르스타디움 잔디 자문을 맡아왔다. 수원삼성블루윙즈가 미르스타디움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잔디 관리에 나섰다.
"잔디는 기본적으로 햇빛, 물, 공기, 바람이 필요해요. 이 요소들의 균형이 깨지면 생육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통기 작업이나 빗질 작업 등으로 이를 맞춰주죠. 축구장 잔디는 골프장과 달라서 낮게 관리하는 게 좋더라고요."
그는 경기 다음 날엔 새벽부터 바쁘게 작업한다.
"정리 작업에는 롤링, 청소, 예초, 상처 난 부분 보수, 보식 등이 있어요. 다른 구장들처럼 사각형으로 잔디를 갈아 심으면 뿌리가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슬라이딩 하면 다 벗겨져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형으로 된 잔디로 보식 작업을 하는데, 이 방법이 효과적이었죠."
서 조경사는 수원삼성에 이어 대표팀 경기까지 치르며 부담감도 있었지만, 자신감 있게 잔디를 관리했다고 한다.
"수원삼성 경기 후 1주일 만에 A매치가 열려 잔디의 빠른 회복에 초점을 뒀어요. 감염예방, 뿌리 내림을 돕기 위해 약제도 사용하고 철저히 관리했습니다."
서영주 조경사는 프로구단 경기와 A매치를 치르면서 감독과의 소통도 중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이 원하는 잔디 길이는 무엇인지, 물은 얼마나 뿌리는 것을 선호하는 지 등을 파악하고 맞춤형으로 만들었다.
"홍명보 감독님이 잔디를 조금 길게, 물은 충분히 주길 원하셔서 그에 맞췄어요. 경기 당일 비가 왔을 때는 하늘의 도움까지 받은 것 같았죠."
하지만 고충도 있었다. 대표팀이 3일간 훈련하는 동안 잔디가 망가지는 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훈련 구역을 돌아가며 사용하도록 부탁하고, 전날 훈련한 구역은 다음 날 충분히 관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