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클레이로 만든 자신의 성기 모습. 여자의 몸을 배우는 시간에는 직접 자궁을 만들어 보고 생리혈도 흘려보며 수업 내용을 익혔다.
느린IN뉴스
단순 지식 전달에서 나아가 직접 느끼며 체화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1차시부터 5차시까지 수업에는 몸에 관련된 이야기를 배웠다. 성에 대한 개념,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 성관계는 어떻게 이뤄지는 건지를 배운 것이다. 이때 클레이로 직접 성기를 만들거나 임산부 체험복을 입어보는 활동 프로그램이 함께 이뤄졌다.
김판길 강사는 "그냥 그림을 보고 하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만든 걸 보면서 했을 때 체화되면서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 활동 프로그램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최유현 강사는 "지식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들을 쪼개 규칙을 넣고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과정을 구성했다"며 "수업 내용을 체험하고 발표해 본 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지키는지를 함께 묶어 교육했다"고 전했다.
1회기에 2시간씩 진행되는 수업 중 30분은 부모들이 배우는 시간이다. 1시간 30분 동안 아이들 수업이 끝나면 그날 배운 내용을 부모들도 함께 익힌다. 수업은 하루면 끝나지만 가정에서 지속해서 일관성 있게 지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업 내용을 가정에서 함께 연계할 수 있도록 한 구성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12살 느린학습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가정에서 교육하기 어려운 부분을 수업에서 배우고 나니 가정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아이가 동생한테도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해~'라고 말해준다"며 "내용을 줄줄 읊진 못하지만 배운 내용들이 실생활에서 나오더라"고 이야기했다.
느린학습자는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도치 않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시기에 맞는 적절한 성교육이 꼭 필요하다. 최유현 강사는 "부모님들이 '이건 안 돼', '저것도 안 돼'라는 단도리하는 방식으로 자녀를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성애적인 존재로 보고 무조건 금지만 하는 것은 좋은 방식은 아니"라고 우려했다.
안 된다는 걸 많이 들어서 외우고는 있지만 막상 상황에 부딪히면 적응 능력이 없어 엉뚱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안전한 장소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대처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사자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교육은 2024년 구로구청 느린학습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느린학습자에 대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는 구로종합사회복지관 위주환 사회복지사는 학부모들의 꾸준한 요청이 있어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5개월 동안 성교육 수업을 맡아 진행한 푸른아우성 김판길, 최유현 강사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최 강사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프로그램들이 느린학습자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연계되면서 처음에 만났을 때와 그다음 만났을 때 아이들이 변화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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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느끼며 배워요... 아이도 부모도 만족하는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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