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거리(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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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가까운 사람들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됐다. 그중에는 노인요양사 보호 교육을 함께 받은 사람이 셋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은 자격증을 딴 이후 지금껏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서로 일이 바빠 만날 수 없던 이들이라 무척 반가웠는데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인 요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자리에 동석했던 통장 아주머니로부터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됐다.
통장 아주머니가 아파트에서 혼자 돌아가신 할머니 때문에 지난해 마음고생이 심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무척 활동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통장님은 동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뵀을 때 모습이 눈에 선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 할머니가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게 된 것은 약 3년 정도 됐다고 한다. 연세는 80세였고, 아파트에 혼자 사셨는데 외출이라고 해봐야 아파트 입구 벤치에 앉아 햇빛을 쬐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가끔 할머니께 자식이 없냐고 물으면 말없이 웃기만 하셨다고. 할머니께는 종종 독거노인 생활지원사가 다녀가기도 했지만 친인척이 오가는 것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어느날 생활 지원사가 할머니 댁에 전화를 걸었는데 계속 받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생활 지원사가 할머니 댁을 방문해 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어 강제로 문을 열어보니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고 한다.
결국 무연고 공영장례를 치렀다. 그 뒤에도 할머니가 살던 집을 지나칠 때면 마음이 아리다는 통장 아주머니는 요즘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독거노인 고독사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할머니 생각이 난다고 했다.
함께 있던 요양보호사는 독거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마음의 병'이라고 했다. 육체적인 노환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한결같이 자식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식들의 행동이 창피하기도 하고 자식들이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 때문에 그냥 가슴에 묻고 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