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기 단축' 내건 개헌연대 출범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 야당 일부 의원과 시민사회 원로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2년 단축을 위한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대통령 파면 국민투표 개헌연대'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문제는 정치리더십?
문제는 소위 팬덤정치에 편승한 포퓰리스트 정치 지도자들이다. 적극적 소수의 편향된 지지에 의존하는 지도자들은 다수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백석의 시 "귀머거리 너구리"에서 귀 밝고 눈 밝은 짐승들은 웬만한 일에는 꿈쩍하지 않는 너구리가 용감한 줄 알고 대장으로 삼았다가 귀먹어 그랬던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 귀머거리 너구리야 몽둥이 든 사람들이 개를 앞세우고 오는 것을 보자 맨 먼저 겁을 먹고 도망가 본색을 드러냈지만, 우리 대통령은 지지율 20%가 붕괴하고 시국선언이 이어지며 탄핵 연대가 출범한 사면초가의 상황에서도 의연하니 선출직 공직자로서 자각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개헌, 결과보다 중요한 정치 개혁 과정
탄핵, 임기단축 개헌 등 논의가 한창이지만 권력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친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은 없다. 대통령 지지율만 낮은 것이 아니라 국회 신뢰도 역시 20% 대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OECD 2024년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탄핵 강행이 정치적 부담인 것은 여야도 마찬가지이다. 성급한 국민투표 회부가 성사된다고 해도 결과와 무관하게 통합보다는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여야가 끝까지 대치한 끝에 개헌이 관철된다면, 결과가 무엇이든 우리는 다시 양극화와 정치 불신의 큰 벽에 부딪힐 것이다.
하지만 87년 이후 권력 제한과 정부 안정성을 위해 채택한 5년 단임제하에서 여야의 대치 끝에 대통령 탄핵의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 벌써 세 번째임을 감안할 때, 현행 대통령제가 변화한 정치 현실에 부합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개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다.
첫째, 개헌의 근본적 필요성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고 여당은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낼 필요가 있다. 거야와 소수 여당의 이탈표에 의해 일방향적으로 개헌이 추진된다면 당장의 정치권력 교체를 위한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며,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오랜 기간 주창해 온 개헌의 시의성과 그 의미가 희석될 것이다.
둘째, 국민투표 표결을 거친다면 그에 앞서 충실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제도 제·개정 내용과 절차를 정치적 결정에 맡긴다면 의회 내 다수 의석을 보유한 기성 정치 세력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국민투표에 회부할 경우, 유권자들이 대안 선택에 관여하는 숙의 절차를 도입하고, 대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토할 기회를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 개헌 위원회를 설치, 대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 청취, 국민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합당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 결정에 대한 여야 정치세력들의 승복이다. 다수결에 의한 결정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규범적 합의에 의해 정당성을 온전히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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