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긴급 정책간담회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남소연
"'런동훈'이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기자들의 '백블'을 피해 도망 다니는 장면이 지금 온라인에서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제가 지나간 것을 그냥 '회피'한 것처럼 만들어 돌리고 하는데..." -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이른바 '런(Run)동훈' 프레임에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침묵'을 깨고 당을 흔들고 있는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드디어 입을 열었지만, 정작 의미 있는 답변은 전무했다.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한 것이다. 한 대표가 직접적인 설명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해명된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터라 오히려 논란에 기름만 부은 격이 됐다.
국민의힘은 2주 넘게 소위 '당원 게시판'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와 그의 배우자 및 가족들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게시물 수백 건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게 해당 의혹의 요지이다. 당 안에서는 일부 최고위원을 포함해 친윤계 인사들의 공세가 거세고, 당 밖에서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날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 대표 본인은 기자들과의 비공식 브리핑을 최소화하고, 질문에도 답을 피하면서 '한 대표가 일부러 언론 대응을 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비아냥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한 대표가 비공식 브리핑을 거부한 채 이석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자 한동훈 대표는 21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심한 듯 장시간 질의에 응했다. 그러나 결과물은 '맹탕'이었다.
한동훈 "중요한 시기, 건건이 대응하지 않는 게 당 대표로서의 판단"
한 대표는 우선 "제 입장을 (이미) 말씀드렸다.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라며 "위법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가 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고"를 언급하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제가 건건이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돼서 다른 이슈를 덮거나, 그런 게 적절하지 않다는 당 대표로서의 판단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라는 설명이다.
특히 "얼마 전에도 제가 다른 민생 질문을 받으면서 지나간 것을, 그냥 회피한 것처럼 만들어 돌리고 하는데, 누가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변화와 쇄신을 약속한 때이고 실천할 마지막 때"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 잘 판단해서 대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차후로도 해당 논란에 대해서는 본인이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 셈이다.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한동훈 대표의 답은 '돌림노래' 수준이었다. 가족 명의 도용 의혹에 대해서는 "아까 말씀드린 것으로 갈음하겠다"라며 "위법이 아닌 문제라면, 건건이 설명드리는 것도 적절치 않다"라고 답했다. 당무 감사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는 지적에도 "당 시스템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책임을 돌렸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저한테 의혹을 많이 제기하지 않느냐?"라며 대응을 거부했다. '가족이 아니라고 하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 아니냐?'라는 물음에도 한 대표의 답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당원 신분의 이야기이지 않느냐?"라며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 그럴 이유가 없다"라는 반문만 돌아왔다.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와 이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했는지 묻자, 역시나 "아까 말씀한 것으로 갈음하겠다"라며 논의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서울의소리' 기자와 나눈 대화 녹취가 공개돼 논란이 일었던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당적은 당에서 확인해준 바 있는 점도 언급됐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당적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당의 방침이 서로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 대표는 "평당원 문제는 아닌 것"이라며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명태균씨) 본인이 탈당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단순 비교를 거부한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정당법을 방패 삼고 있지만, 정작 당원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는 사람 중 한동훈 대표의 동명이인들이 있다는 사실은 언론에 전한 바 있다.
계속되는 친윤계 공세 "우연의 일치? 국민을 바보로 아는 일"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시간에 "우리 당이 지금 쇄신과 변화를 말씀하고 또 쇄신과 변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당 운영도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주시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 당원 게시판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털어낼 것이 있으면 빨리 털어내고, 해명할 것이 있으면 명명백백하게 해명하고 넘어가는 것이 지금 단계에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이 사태를 이렇게 끌고 가서 되겠느냐?' 하는 생각이 많은 분들한테 있는 것 같다"라며 "적어도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선고 때까지는 이 문제를 일단락 지어주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도 주장했다.
연일 한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날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제 어디를 가더라도 한동훈 대표에게 이 질문을 할 텐데, 계속 지금처럼 '가족이 안 했다'는 말 한마디를 못 해서 '전 더 할 말 없습니다'라고 갈 경우에 논란과 의혹은 계속 증폭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는 "한동훈 대표가 복잡한 조사나 이런 수사 이전에 가족들에게 집에 가서 물어보면 끝나는 거잖느냐?"라며 "그리고 '본인이 했다더라' 아니면 '우리 가족은 결백하다' 말하면 되는데 결백하다고 부인하기에는 증거가 너무 많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 때문에 다른 중요한 이슈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슈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 같다"라는 말했다.
그는 이런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들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이 모든 게) 우연의 일치라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일"이라며 "그러니까 자신에 대해서는 '동명이인이다'라고 부정하면서 가족에 대해서는 '했다, 아니다' 말조차 못 하는, 그래서 기자들을 피해서 도망 다니다 '런동훈'이라는 별명까지 생기는 그런 우스운 꼴이 연출되고 있다"라고 재차 날을 세웠다.
"가족들 명의가 5개 이상 대거 동원되었는데 여기에 대해서 '내가 가족들에게 확인해 봤다. 맞다, 아니다'라는 입장조차 밝히지 않는 건 정치인으로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비겁한 침묵"이라는 비판이었다.
친한계 "당무 감사는 당의 에너지 낭비"... 이준석 "30분 만에 해결 가능"
반면, 진종오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한 인터뷰에서 "이 또한 지금 수사가 의뢰돼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부분에서 보면 우리 당을 분열시키고 우리 당과 정부를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은 수사를 하는 게 답이고, 자꾸 '당무 감사를 해야 된다' 이런 것은 오히려 우리 당의 에너지 낭비가 아닌가?"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친한계는 당의 혼란과 내분을 명분 삼아 당무 감사를 거부하고,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를 대신해 이를 방어 중인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정황과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탓에 친한계가 점점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심지어 장 전 최고위원의 뒤를 이어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조차 "이건 당무 감사 거리도 안 된다. 그냥 당 대표 지시로도 할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말을 보탰다. 국민의힘 당 대표 출신인 그는 "제가 만약에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했으면 지시 안 하겠다. 제가 문제가 될 일이 없으면 바로 지시해서 벌써 30분 만에 해결했겠다"라며 "그러니까 지금 왜 (한 대표가) 지시 안 할까? 합리적인 선에서"라고 의혹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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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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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동훈'에 불쾌한 한동훈... 정작 구체적인 해명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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