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연합뉴스
정부의 변명도 궁색하다. 정부는 지방에 줘야 할 금액은 법률(지방교부세법)에 따라 기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지만 사실은 잘못된 주장이다.
법률에 따라 지방에 줘야 할 금액이 계산되는 건 맞다. 예를 들면 '올해 걷힌 세금의 10%를 지방교부세로 줘야 한다'라는 식이다(물론 이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이고 실제 법률의 내용은 좀 더 복잡하다. 하지만 들어온 세금의 몇 %를 주라는 기본구조는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만약 올해 걷힌 세금이 100조 원이라면 10조 원을 지방에 줘야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정부의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인 금액을 산출하는 방식일 뿐이다. 즉, 이렇게 계산된 금액을 '예산', 국가의 자금계획에 구체적으로 적은 뒤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정부가 실제로 지방에 돈을 줄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정부는 국회의 승인을 받은 '예산'에 적힌 대로만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미 국회를 통과한 예산에 '지방에 10조 원을 줘라.'라고 적혀있으면 정부는 10조 원을 지방에 줘야 한다.
그런데 세금이 적게 걷혀 90조 원만 걷히면 어떻게 될까? 90조 원의 10%는 9조 원이니까 9조 원만 주면 될까? 아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10조 원을 줘야 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행정부는 입법부인 국회에서 승인된 예산에 따라서 나라의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모자란 1조 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의 경우에는 국채를 발행한다. 즉, 세금이 모자라니 국가가 빚을 내서 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애초의 자금계획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세금이 없는데 빚을 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당초에 국가의 수입, 즉 세금을 100조 원 계산해서 만든 예산에서 국가의 수입을 90조 원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세금이 부족할 때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빚을 내서 애초 계획대로 돈을 쓰거나 아니면 애초의 계획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국회에 새로운 예산안을 제출해서 승인받아야 한다. 헌법에 그렇게 적혀있기 때문이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이다.
『제54조 ①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ㆍ확정한다』
사라진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국가 운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헌법을 위반하고 국회의 동의 없이 지방에 줘야 할 돈을 주지 않았다. 더 황당한 일은 정부가 스스로 헌법을 위반해 지방에 돈을 주지 않았다가 뒤늦게 약간의 돈을 주면서 생색을 냈다는 사실이다. 작년인 2023년에 정부는 앞서 얘기한 대로 세금이 부족하다며 지방에 줄 돈 중 약 23조 원 가까운 돈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실제로 돈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연말이 되자 예상보다 세금이 조금 더 걷혔다. 따라서 돈에 조금 여유가 생기자 정부는 마치 대단한 시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약 3조 원 정도를 지방에 주었다. 이 내용을 정부나 언론은 지방을 위한 대단한 지원이라고 한 것처럼 포장했다. 애초에 줘야 할 돈이라는 사실은 애써 감추면서 말이다.
현 정부 들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가 너무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잘못들이 제대로 시정되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다.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국가 운영이 사라지면 무질서와 혼란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자꾸만 뒷걸음치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공유하기
무턱대고 세금 깎아주더니... 지방에 줄 돈 안 주는 정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