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센터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후원으로 수행 중인 이주민 의료비 지원사업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뿐만이 아니다. 탐욕스러운 몇몇 상급의료기관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민들에게도 국제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국제수가는 말 그대로 죽음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민 ***님은 역시 같은 미등록 이주민인 남편과 함께 살다 작년에 임신했다. 다니던 동네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앞두고 받은 검사에서 태어날 아기의 항문이 막힌 것 같다고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대학병원에서 출산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문제는 병원비였다. 자연분만으로 4일 입원했는데 병원비가 1500만 원 가까이 나왔다. 비슷한 조건일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내국인의 병원비는 몇십만 원 수준이다. 아무래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 하는 미등록 외국인이므로 병원비가 500~600만 원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했는데 무려 3배 가까이 나온 것이다.
병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할인을 받지 못 했고 100만 원당 한 달에 10만 원의 높은 이자로 본국 가족들이 대출을 받아서 병원비를 내고 퇴원했다고 한다. 그나마 필자가 근무하는 공감센터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후원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어 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님은 이후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500만 원의 지원 덕분에 온 가족이 살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근거 없는 국제수가 당장 폐지하라
필자는 미등록 이주민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미등록 이주민들의 열악한 현실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이런 이들까지 포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이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긴급 의료비 지원제도가 좀 더 확대돼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면 사랑의 열매와 우리 같은 민간단체들이 당분간 좀 더 애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제수가는 다르다.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지금 당장 바로 개선해야 할 문제다. 특히나 장기간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국제수가를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국제수가를 적용하는 의료기관에 이에 대해 항의하자 의료 목적으로 단기간 방문하는 외국인과 장기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민을 구분하기 어려워서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말이 안 된다.
이들이 과거 사용하던 여권, 외국인 등록증 등 이들의 장기 체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들은 얼마든지 있다. 보건 행정 당국은 지금 당장 국제수가를 규제할 방안을 마련해서 시행해야 한다. 의료기관들은 지금 당장 국제수가를 장기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적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의료 선진국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사기행각인 국제수가 제도는 지금 당장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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