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배다리 나비날다 책방에서 열린 로버트 파우저의 북콘서트. © 정민구
은평시민신문
로버트 파우저는 책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시카고의 '인종별 분리 거주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950년대 시카고에는 남부에서 북부로 이사 온 흑인이 많이 살고 있었어요. 이중 시카고 대학은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구역에 대학이 위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한 때는 지역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렇지만 이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대신 학교 주변 경관을 꾸며서 집값을 높이게 했고 흑인들이 시카고 대학 주변으로 거주하기 어렵게 도시를 조성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도시는 그 경관을 유지하고 보존하려고 한 추악한 역사가 있어요"라며 사례를 언급했다.
시카고 대학의 사례는 도시의 경관 보존의 의도가 항상 선(善)이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작가는 책의 서문에서 "오랫동안 내가 선(善)으로 믿어온 역사적 경관 보존은 1960년대 미국에서 펼쳐진 다양한 사회 운동의 일환으로 등장한 '모던 보존'의 연장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 그런데 내가 선이라고 여겨왔으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이미 지난 시대의 방식일 수 있다는 깨달음은 좌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래된 것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존중을 품고 있기만 한다면, 역사적 경관을 보존하는 명분과 생각 나아가 그 방법까지도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쓰면서 내가 얻은 소득"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작가는 도시들의 역사 경관을 보존하려 했던 모습을 나름의 분류방법을 통해 분석했다. 로마와 교토는 종교 유산을 적극 보존하려 했고, 미국 윌리엄즈버그와 일본의 나라 지방의 도시는 경관 보존에선 애국주의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찰스턴·뉴올리언스·샌안토니오에선 시민들의 애향심이, 뉴욕과 베를린에선 사회적 저항 의식이 있는 시민들이 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도시를 보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