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2시께 방문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의 모습.
김화빈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송현광장에 새로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했다.
이날 송현광장 초입 벤치에 앉아있던 50대 금융회사 종사자 조아무개씨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결사반대"라며 "이승만을 좋게 생각하지도 않지만, 이승만이 아니더라도 시민 쉼터에 불필요한 건물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면 공사하고 시끄러울 거다. 완공되면 시청 앞이나 탑골공원처럼 태극기 집회하는 사람들이 손팻말을 들고 몰려들어 스피커를 켜 시위할까 무섭다"며 "서울 같은 메가시티에 나무와 습지가 있고, 새소리가 가득한 곳이 어딨나. 우리에겐 돈을 내지 않더라도 편히 숨 한번 쉴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근에 경복궁도 있고,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하는데 왜 굳이 이곳에 짓는지 모르겠다"며 "제발 좀 (송현광장을) 내버려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산책로를 거닐다 만난 60대 직장인 정아무개씨도 "합리적인 사람들은 요즘 정치에 실망스러워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뉴라이트' 같은 세력들은 목소리 크다고 과대 대표되지 않나"라며 "<건국전쟁>도, 도심 녹지 한복판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한다는 것도 (한국 사회) 극우화의 연장선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린 딸과 함께 방문한 40대 김아무개씨는 "이승만이 이순신이나 세종대왕처럼 전국민에게 불호가 없는 사람도 아니고, 한쪽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인 아닌가"라며 "(건립추진위원회가) 사유지를 매입해 세우는 것도 아니고, 모든 시민들에게 열린 공유지를 합의도 없이 쓴다는 건 반발만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오 시장이 '<건국전쟁>의 상영이 일종의 공론화'라고 주장한 데 대해 "영화가 천만 관객도 아니고, 흥행도 아니고, '화제' 정도 아닌가"라며 "영화가 화제가 됐다고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건 핑계 같다. 굳이 특정 집단을 위한 상징물을 들일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 중이던 30대 여성 최아무개씨는 "정치에 관심은 없다"면서도 "(시야가) 탁 트여 매력적인 곳인데 이미 있는 건물을 활용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 건립한다면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만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반기는 시민도 있었다. 등산복 차림의 70대 남성 두 명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무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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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에 이승만 기념관? 시민들은 "시대착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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