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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왜 이러나... 한국인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

[소셜 코리아] 이주노동자 무작정 늘리자고? 인종 달라도 귀하게 여겨야 진정한 선진국

등록 2024.07.12 11:31수정 2024.07.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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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a  세계노동절을 사흘 앞둔 4월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 금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계노동절을 사흘 앞둔 4월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 금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일상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는 일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음식점을 가면 서빙을 하는 외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농어촌과 건설업·제조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일이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도입했지만 말 그대로 연수생제도였기 때문에 취업이나 노동권이 배제됐다. 외국인의 본격적인 취업은 2003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250만 7584명에 이른다. 이 중 약 52만 명이 전문인력(E-7비자)과 단순기능인력(E-9비자)을 가진 노동자이며 불법체류 상태의 노동자도 약 42만 명이나 된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유학생이나 재외동포까지 합하면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4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일할 수 있는 내국인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외국인 노동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3년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90%는 외국인 노동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현행법상 고용허가제에 따른 단순기능인력(E-9)은 300인 이상 중견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한국중견기업인연합회는 300인 이상의 기업에서도 외국인 고용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한다. 심지어 처우수준이 낮아 내국인이 줄어든 돌봄서비스 시장에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자며 정부와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선택적 잣대
 
a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측은 '최저임금의 구분적용 시행'을 요구하고 있고 근로자위원 측은 '최저임금의 적용대상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측은 '최저임금의 구분적용 시행'을 요구하고 있고 근로자위원 측은 '최저임금의 적용대상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필요하면 이주노동자를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필요에 의해 이주노동자를 활용하면서도 정당한 대가는 꺼린다는 점이다. 최근 쟁점이 된 것이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용자들은 이주노동자가 언어 등의 문제로 생산성이 낮으며 높아진 최저임금을 감당하기도 버거우니 최저임금 이하로 이주노동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약' 제111조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용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이 협약을 비준했다. 헌법에서도 인종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OECD 회원국 중 외국인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일부 기업인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ILO 111조 비준 철회'는 스스로 비인권 국가임을 선언하는 비현실적 주장이다.  

또 다른 쟁점은 이주노동자의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정주여건 정책은 후퇴하고 있는 점이다. 기업들은 이주노동자 고용 쿼터 제한을 확대해 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나 대책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공급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어를 거의 익히지 못해 한국 사람은 물론 또 다른 국적의 외국 사람과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점이다.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의사소통이 어려워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이때 톡톡히 제 몫을 해왔던 것이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였다. 이 센터가 한국어 교육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의 고충처리 등 각종 상담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2024년 정부는 모든 산업에 이주노동자의 활용을 늘린 반면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은 71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크게 삭감했다. 그 결과 기존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가 문을 닫거나 상담 인력을 줄이는 등 기능을 축소했다.


이주노동자의 정주여건 부족은 중앙정부만 탓할 일도 아니다. 지자체마다 너도나도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해당 지자체에 이주노동자 관련 부서가 있어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경우는 극소수이다. 전국 249개 시군구 중 외국인 노동자 전담 조직을 갖춘 곳은 수도권 3곳(경기 수원시, 안산시, 시흥시)과 지방 2곳(광주 광산구, 울산 동구) 등 불과 5곳뿐이다.

이상의 상황을 살펴볼 때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력의 확대가 어떤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확대는 사회적 준비에 비례하여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이주노동자의 68.4%가 한국 사회에 인종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면서 그들의 손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런 태도가 과거 노예제와 무엇이 다른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실태가 이런데 정부가 수립한 제4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는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호 방안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다. 이 기본계획에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한 조항이 거의 없다. 그나마 명시되어 있는 것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산업안전 등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지도·점검 강화인데 얼마나 실효적인 조치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사회적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주노동자를 확대하면 불법체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인권 사각지대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가 미등록 불법체류자가 될 경우 고용주로부터 차별과 불이익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미등록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강제추방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태도다.

지금도 42만 명이 불법체류자인 상황인데 계속해서 이주노동자를 확대한다면 앞으로 불법체류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도 더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를 통해 강제추방한다는 입장이지만 단속으로는 늘어나는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 해외의 교훈이다.

이주노동자 남용이 낳은 아리셀 비극
 
a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 ⓒ 박수림


정부가 해야 할 것은 단속이 아니라 불법체류의 원인을 진단하여 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민청 등 이주노동 관련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무엇을 위한 정부조직일지가 더 중요하다.

이주노동자의 남용은 최근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와 같은 비극을 낳기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화재사고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아리셀은 이주노동자를 활용하면서도 안전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노동자를 인력업체로부터 파견받아 활용하기도 했다. 제조업 공정은 파견이 제한되어 있지만 아리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법적 남용이 비단 아리셀뿐일까라는 합리적 의심이다.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사고 재해율은 평균보다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 확대는 노동시장 양극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이주노동자를 남용하게 될 경우 저임금 직종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주노동자가 크게 늘어난 조선업의 경우 하청회사만이 아니라 원청회사도 이주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소 원청 생산직은 청년 등 내국인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지금과 같은 조선업 호황기에 정규 생산직을 늘려야 하지만 조선소 원청은 하청에 이어 외국인을 직접 채용하는 방식으로 저비용 생산에만 집착하고 있다.

사회를 유지하는 데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인종이 다르더라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이들의 노동에 감사할 줄 아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중적 잣대로 이주노동자를 차별한다면 우리 역시 언제가 국제사회에서 똑같은 대우를 받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a  정흥준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위원)

정흥준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위원) ⓒ 정흥준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정흥준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소셜 코리아> 편집위원입니다. 학교에서 노사관계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로 강의하며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노동조합 등에 관해 연구합니다. 주요 저서로 <오줌인형 잡기> 등 6편의 편저가 있으며 국내외에서 50여 편의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이주노동자 #외국인노동자 #최저임금 #정주여건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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