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의 포도 농가.
이재환
요즘 농촌은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최근 고온 현상으로 논에서는 때아닌 벼멸구가 창궐해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고온 피해는 벼농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유난히 무더운 날씨가 지속된 올해는 배추와 무, 밤, 사과, 고추, 포도 등 피해 품종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농작물에서 고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0년 이상 농사를 지은 베테랑 농민들조차 "갈수록 농사 짓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충남 예산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올해는 너무 더워서 사과 농사도 잘 안됐다. 농사 짓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지는 그의 토로다.
"만생종 후지(부사) 사과 품종의 경우, 지난해보다도 작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봄에는 사과꽃이 냉해 피해를 입었다. 때문에 사과가 많이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올봄에는 일부 나무에서 사과꽃이 거의 피지 않았다. 당연히 수확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사과 생산지로 유명함)에서 후지 사과 품종을 재배하는 것은 더 이상은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내 나이가 칠십 넷이다. 다른 일을 찾기도 어렵다."
그러면서 "날씨가 갈수록 덥고 기후변화가 심하다. 온난화 현상이 하루아침에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A씨는 "올해는 사과뿐 아니라 무와 배추 농사도 망쳤다. 김장 배추는 8월 20일 경에 심고, 무는 9월 초에 심었다"며 "추석 당일까지도 열대야 현상이 벌어지더니 결국 고온 현상으로 배추와 무가 모두 죽었다"라고 전했다.
무·
배추는 죽고 밤은 쭉정이... "이런 경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