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비서관 시절
조경일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진보정당을 지지하니 어느 순간부터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탈북했으면서 어떻게 민주당을 지지하냐며, 북한을 추종한다고, 심지어 나를 간첩이 아니냐며 "북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모두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런 비난을 한다. 심지어 같은 탈북 출신들도 나를 '좌파'로, 때론 '종북'으로 지목하고 "그럴 거면 왜 탈북했느냐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대응할 가치가 없는 비난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일 또한 엄연하게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한 모습이기에 나는 가급적 토론에 응답해 주고자 한다.
한국 사회는 생각보다 '다름'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건 분단 체제가 만들어 낸 제2의 본성이다. 즉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게 하며, 타인에 대해 검열하고 딱지를 붙이고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까지도 검열하며 상처를 내는 분단의 파편이다. 이를 학문 용어로는 '분단의 아비투스(habitus)'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한국 사회 주류 보수의 관점과 대부분 일치한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탈북한 사람들에게 어떤 이유든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들이고, 일자리 소개나 현실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도 이들이다. 물론 가시적 현상만을 놓고 보면 더욱 뚜렷하다.
'소수자'일수록 대표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탈북 출신 국회의원이 총 4명이 나왔다. 모두 보수 정당에서 공천을 줬다. 조명철 전 의원은 차관급인 이북5도청 평안남도지사로, 지성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함경북도지사로 임명됐다. 태영호 전 의원은 역시 차관급인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으로 임명됐고, 현재 22대 국회에는 국민의힘에 탈북 출신 박충권 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북향민의 한국 사회 입국 현황을 보면 3만 4천 명이 조금 넘는다. 한국 사회에 정착한 후 결혼하거나 2세가 태어난 숫자까지 고려하면 '탈북' 정체성을 공유하는 인구는 더 많다. 북향민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 집단임을 감안할 때, 현재까지 네 명의 국회의원이 등장하고, 고위직 정치인으로 임명된 것은 이들의 업무와 정책 등 역량과는 별개로 대표성 하나만으로도 의미 있는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탈북 출신 정치인의 존재 자체가 주는 정치적 통합의 메시지가 크다. 북한 당국과 관료들에게는 탈남에 대한 유인을 주게 되며, 북한 주민들에게도 한국 사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탈북 이후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를 줄 수 있다. 한국 사회에도 사회통합의 메시지를 충분히 주며 다양성을 포용하고 사회 통합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