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을 모델로 한 전두광의 모습. 그는 영화에서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고 말한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중영화에서 이제 특수분장은 필수 영역이다. 소재나 등장인물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얼마나 감쪽같고 실제 같은지가 핵심이다. 개봉 후 현재까지 460만 관객을 돌파, 올해 두 번째 천만 관객 동원 영화로 유력한 <서울의 봄>에서 눈에 띄는 건 단연 주인공 전두광의 민머리다. 배우 황정민이 실제로 머리를 민 게 아니라 분장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됐다.
<서울의 봄> 특수분장을 담당한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의 황효균 대표를 만났다. 지난 2003년 곽태용 대표와 공동 설립한 셀은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최동훈, 류승완, 나홍진 감독 등 한국 대중영화 부흥기를 이끈 이들 주요 작품에 함께 했다. <부산행>과 <킹덤> 속 다양한 좀비, <옥자>의 돼지 옥자를 비롯, <달콤한 인생> 속 시체 더미나 <인류멸망보고서>의 로봇 캐릭터까지 모두 셀의 작품이다. 휴먼드라마에서 SF까지 특수 분장 활용 범주가 생각보다 매우 넓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실화가 가진 무게감
배우 황정민과 이미 스무 편 넘게 작업했다던 황효균 대표는 처음엔 <서울의 봄>을 거절했다고 한다. 물론 그간 풍부하게 장르물들을 경험했다지만, 이 베테랑에게도 실화 바탕의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건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결말 또한 우리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중심에 섰던 인물을 표현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김성수 감독님에게 일단 회차도 많고, 자연스럽게 할 자신이 없어서 못한다고 말했었다. 황정민 선배가 머리를 밀면 안 되는지 물었는데, 그게 그냥 민다고 해결될 게 아니더라. 머리가 벗겨지신 분들은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많이 빠지고, 정수리나 뒤통수, 가마 쪽도 모근이 얇아져 숱이 적기 때문에 두피가 좀 비쳐 보인다. 배우분이 앞머리만 민다고 해서, 숱을 많이 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아니겠더라."
이 지점에서 황 대표는 민머리 분장이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의 선택은 아예 민머리 분장을 해놓은 다음, 숱이 적은 가발을 씌워 나가는 방식이었다.
"노인 분장처럼 패치를 얼굴에 많이 붙이는 건 시선을 분산시켜 줄 요소가 많다. 민머리 경우는 매끈한 이마 쪽이 시선을 많이 받다 보니까 패치의 끝부분이 티 날 수도 있고, 연기하다 보면 (패치에) 기포가 찰 수도 있다. 특히 전두광의 경우 클로즈업 장면도 많고, 분장 횟수도 많아서 부담이 컸다. 가장 중요한 게 자연스러움이라 김성수 감독님과 여러 번 얘기하며 콘셉트를 잡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