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60대 시절. 아마추어 댄스 대회에 출전한 모습이다.
이서홍
유튜버이자 나의 외할머니인 이귀녀씨는, 과거 소위 '춤꾼'으로 불릴 만큼 춤에 진심인 분이었다. 스포츠댄스, 라인댄스, 한국무용 등 배울 수 있는 춤은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화려한 '장년의 댄서'였다.
한때는 아마추어 댄스 대회에 나가 메달과 상장을 휩쓴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이따금 보자기에 고이 보관해 놓은 당신의 금메달을 보여주곤 하셨다.
예순 언저리쯤 시작해, 어느덧 팔십 줄로 접어든 나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할머니는 꾸준히 몸을 움직이며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도 많았다. 나이가 드니 서서히 관절이 망가져 70대 중반에 척추협착증을 진단받았다. 할머니는 그때를 회상하며 몸을 못 쓰게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자고 났는데 일어나지를 못 하겠는 거야. 그래서 삼촌(나에겐 외삼촌, 귀녀씨에겐 장남)이랑 급하게 병원에 갔지. 갔더니 척추협착증에 디스크까지 말썽이라서 수술도 못 한다고 그러데."
할머니는 그날 이후로 치료에 전념했다. 수술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기에 꾸준히 물리치료라도 받아야 했다. 지인에게 물어 효과를 봤다는 병원에 찾아가 주사를 맞고 진통제를 꾸준히 복용하며 어떻게든 일상을 이어 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을 고생한 덕에 다행히 증상은 호전되었다. 여전히 다소 움직이기 불편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무릎이 고장 나버렸다. 5년 전, 할머니는 협착증 증세가 조금씩 나아갈 때쯤 무릎 관절 이상으로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아휴, 그때도 얼마나 걱정이었는지 몰라. 인공관절 수술하면 걷기 힘들다는 말도 있었고. 복지관 다니면서 춤추는 게 낙인데 그것마저 못 하면 어쩌나 싶었지."
그럼에도 춤을 멈출 수는 없었단다. 가만히 있으면 더 아프다는 것이 할머니의 신념이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움직였다. 재활치료와 더불어 집 앞 산책이라도 매일 다니며 다시금 당신의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간절히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