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석물.
윤성효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1995년 철거됐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일본인 부윤(시장)의 석물(석각)을 옮겨 전시하면서, 더욱 돋보이게 지지대를 세워 높이 해놓은 데다가 밤에도 잘 보이도록 조명까지 설치해놔서 논란이다.
또한 해당 석물의 양쪽에는 '3.1독립운동기념탑 이전 안내판'과 '어린이 헌장비'가 있어,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을 수탈했던 조선총독과 일본인이 남긴 석물을 나란히 세워 놓은 게 시민 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추산동 소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해당 석물은 마산박물관 주차장 쪽에 있다. 옛 추산정수장에 있던 석물로, 제3·5대 조선총독 재등실(사이토 마코토, 齋藤實)과 일본인 마산부윤(시장) 판원지이(板垣只二)가 쓴 글이다.
한자로 '산명수청(山明水淸)'과 '수덕무강(水德无疆)'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각각 "산수가 맑고 깨끗하여 경치가 좋음", "물의 덕은 너무나 커서 그 끝이 없음"이라는 뜻이다.
창원마산에 사는 한 주민은 "가끔 밤에 운동하러 박물관 쪽에 오르는데, 최근에 보니까 불을 밝혀 잘 보이도록 해놓은 석물 두 개가 있어 유심히 보게 됐다"라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연유를 알고 싶기도 해서 제보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일본인에게 물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던 정수장
일제는 1927년부터 1930년 사이 4년 동안 마산지역 상수도 시설공사를 벌여 봉암저수지에서 이곳 추산정수장까지 땅 속에 상수도관을 매립해 자연유하식으로 물을 수송했다. 추산정수장은 1984년 칠서정수장이 완공되면서 그해 12월에 폐쇄됐다. 지금 창원시립 마산박물관은 추산정수장 자리에 들어서 있다.
추산정수장은 마산 최초의 정수장이기는 하나,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추산동 등 신마산 일대에 살았던 일본인들한테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당시 수도 기본요금은 1원 20전으로 하루평균 일급 70전이었던 조선인들은 이틀치의 일료에 해당했기에 가히 사용할 수 없던 수도시설이었다. 조선인의 노동으로 정수장이 만들어졌지만 조선인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서 사용했다고 한다.
일본인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이 썼던 글을 새긴 석물은 추산정수장에 있다가 1995년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사업의 하나로 철거됐다. 그러다가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 현 위치에서 5m가량 떨어진 바닥에 나란히 박혀 있었다.
지금처럼 받침 지지대를 세워 석물을 높이 올려 놓은 때는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과 홍남표 창원시장 취임 이후다. 거기에다 해당 석물엔 밤에도 잘 보이도록 야간조명까지 설치해놨다.
해당 석물의 왼쪽에는 '3.1독립운동기념탑 이전 안내'판이 있고, 오른쪽에는 '어린이 헌장비'가 있다. 3.1독립운동기념탑은 2003년 4월 국제라이온스협회가 이곳에 설치했다가 2010년 10월 '제1회 문신 국제조각심포지엄'으로 양덕동 삼각지공원으로 이전 설치해놨다는 안내가 돼 있다.
'어린이헌장비'는 1966년 어린이날을 맞아 마산라이온스클럽에 의해 세워졌고, 처음에는 3.15의거기념탑 옆에 설치되었다가 산호공원으로 옮겨졌으며, 2001년 현재 위치로 이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