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명예를 돈으로 따지면?

명예훼손 배상 청구액을 둘러싼 여야 논쟁

등록 2001.02.27 18:34수정 2001.02.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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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명예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여야간에 정당의 명예 가격을 둘러싼 때 아닌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26일에 있었던 한나라당 총재단회의.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회의에 보고하였다.

- 정부측에서 안기부자금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940억의 반환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야당에 명예훼손을 가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심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판단하에 우리 당이 원고가 되어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 원고는 한나라당, 피고는 민주당, 김중권 대표, 김영환 대변인의 3자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중이다.
- 전체 청구액은 최대 1천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 인지대 부담 등을 감안해 분할 청구 등 기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요컨대, 안기부 자금사건 공방과 관련하여 민주당측을 상대로 최대 1000억원 정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이었다. 당 대변인실의 이 같은 브리핑이 있자, 각 언론들은 한나라당이 1000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한 것으로 보도하였다.

청구액이 이렇게 커진 것은 정부측이 한나라당을 상대로 940억원의 반환소송을 제기한 데 대한 맞대응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일반 소송사건의 인지액이 소송가액의 0.45∼0.5%임을 감안하면 이 경우 한나라당은 인지대만 거의 5억원 가량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현재 한나라당의 형편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27일 민주당 이명식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명예가 그렇게 고가(高價)인가"라는 논평을 냈다. 이 논평은 "한나라당의 명예가 너무나 값비싼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수천 억의 예산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정당이 아니고는 감히 하기 어려운 발상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한나라당을 비난하였다.

또한 "서민들은 상상도 못할 1천억이란 금액을 일개 정당이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발상이야말로 이회창 총재식 오만과 아집의 발로라는 점을 지적한다"고 이 논평은 밝히고 있다.


이번 일은 한나라당이 소송을 제기하려는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률적 판단과는 별개로, 정당의 명예훼손에 대한 보상액이 얼마까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낳고 있다.

당신은 한나라당의 명예를 돈으로 따지면 얼마가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아니, 다른 정당들까지 포함하여 우리 정치의 명예를 돈으로 따지면 모두 얼마가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가족끼리, 동료들끼리 식사 자리에서 한번 이야기해 볼 만한 거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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