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아나선 세번의 섬진강길

동장군은 섬진강에 몸을 풀고...

등록 2001.03.13 12:09수정 2001.03.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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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봄을 찾아 섬진강을 다녀오길 세 번째이다. 성미 급한 나는 군대에 있을 적에도 봄을 기다리다 삽을 들고 봄을 캐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지만 적어도 어느 곳이 봄이 제일 먼저 오는지를 알아내고 찾아가는 요령을 익혔다.

본격적으로 봄을 찾기 시작한 것은 두 주 전 일요일(2월 26일)이었다. 청명한 일요일, 사무실에 몸을 웅크리고 있기에는 너무도 하늘이 맑은 일요일이었다.

그날 나는 곡성군 석곡면에서부터 시작하여 푸르딩딩한 섬진강 자락을 타고 죽곡의 하죽을 거쳐 태안사를 둘러 보고 보성강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압록에서 다리를 건너 곡성의 고달쪽으로 향하다 곡성읍에서 다시 남원 방향으로 향해 가다 입면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그리고 입면의 함허정이라는 정자에서 석양을 맞았다. 섬진강 자락에 위치한 함허정의 해지는 모습은 장엄하기 그지없었는데 그 길을 더 빠져 나와 옥과의 백련 저수지에서 낙조를 보니 그 숭고함에 다시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을 맞았다.

그리고 두 번째 섬진강행은 3월 1일이었다. 첫 번째 섬진강행에서 봄이 오는 느낌만 조금 얻었던 터라 두 번째는 봄의 모습을 조근 조근 찾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은 일이란 것을 알기에 겨우 찾아 낸 것이 광대나물이었다.

▲ 장군나물 ⓒ 전고필
왜 광대나물인지조차 모르면서 들판의 목초지 약간 습한 곳에서 몇 개 꽃을 내밀고 있는 그 식물을 찾아낸 것이다. 주변은 다른 식물의 잔해가 아직도 남아 있는 상황인데도 그는 의연하게 새로운 생명으로의 항해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날 섬진강의 모습은 황톳빛이었다. 며칠 전 내린 눈비가 녹아내리며 섬진강을 황토물로 바꾼 듯했다. 나는 그 섬진강의 물을 보면서 섬진강이 왜 일급수에 속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겨울을 이겨낸 산들이 이제 강을 향해 그들의 호흡을 뿜어낼 때 그들이 가진 생명의 원천인 황토를 함께 흘려보내 오염 물질을 제거하라는 뜻이라고 나는 자의적으로 해석을 했던 것이다. 과학적이지 못한 내 자의적 해석은 소가 웃을 일이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여겨 보고 싶었다.

그 날의 여행은 태안사를 가는 것만 빼고 첫 번째와 똑 같은 코스를 탔고 다만 함허정이 있는 마을에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 정취에 빠져 마을 안길을 탔다가 술취한 청년을 만나 한 시간 가량을 실갱이를 해야 했다. 그래도 봄꽃을 볼 수 있어 행복한 여행이었다.


세 번째는 그보다 열하루가 더 지난 3월 11일의 여행이었다. 화개 장터에서 있은 연어사랑 모임의 연어치어 방류 행사에 참여한다는 명목으로, 나는 일요일 아침 7시 30분 광주를 출발했다. 전날 밤 출발하기로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탓이다.

이 날은 해가 지는 무렵의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지금까지 다닌 코스의 반대로 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아침 안개를 뚫고 강변을 달리는 운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묘미가 있다. 다만 속도를 줄이면서 운전을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 섬진강변의 매화 ⓒ 전고필
옥과에서 함허정을 거쳐 곡성을 지나 압록을 지나 구례구역까지 가면서 나는 아직 떠나지 않은 기러기들의 모습을 자주 보았다. 차를 강변에 살포시 주차하고 그들의 모습을 예의 주시하며 이름을 생각해 보았다. 여러 종류의 기러기 중 저 녀석의 이름은 무엇일까?

내가 아는 기러기의 이름을 다 갖다 맞춰 보아도 자신이 없었다. 쇠오리, 고방오리, 가창오리, 청머리 오리. 흰뺨 검둥오리, 비오리, 알락오리 등... 하여튼 예쁘다는 생각까지는 도달했지만 내 자신 부끄러워짐을 느꼈다.

구례로 들어가는 길에서 간전으로 빠지는 길을 택했다. 아직 행사를 치르기에는 이른 시간이라서 눈 여겨 본 간문 초등학교의 교정에 있는 산수유가 피었다면 그 모습을 잡아 보고 싶었다.

▲ 섬진강변에 핀 매화/산수유 ⓒ 전고필

역시 예상대로 꽃은 만개해 있었다. 다른 곳에 비해 한 일주일 정도 빨리 꽃을 피운 것이 정말 아름다웠다. 다시 간전에서 광양 다압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그 길을 택하면 매화마을을 거쳐 하동교까지 갈 수 있다. 그 곳에서 반대편 길을 타고 오면 행사장이 있는 화개장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전에서 26km 정도를 가니 매화마을이 나타난다. 아직은 이른 것 아닌가 하는 나의 염려는 드문 드문 길섶에 피어 있는 매화가 거둬가 버렸다. 홍쌍리 씨가 경영하는 청매실 농원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지만 나루터 주변에 매화는 만개해 있었다.

다시 이 모습을 렌즈에 담고 하동교를 빠져나와 화개 장터에 갔다. 예상대로 200여 명의 인파가 운집한 화개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관이 주도하는 행사와는 달리, 어린이가 우대받는 행사라는 느낌이 금방 다가왔다.

우선 줄서기가 없다는 점과 내빈이 몇 명 없다는 사실과 내빈의 인사말이 모두 2분도 안돼서 끝났다는 점이 더욱 나에게 그런 생각을 주었다. 드디어 연어 방류 행사 어린이들은 저마다 주최측에서 나눠준 양철 대야에 대 여섯 마리의 연어 치어를 들고 물가에 나와 자유스럽게 넣어준다. 꼭 다시 돌아오라는 소망을 함께 띄워 보낸다.

▲ 섬진강에 연어를 방류하는 어린이/연어가 섬진강으로 돌아올 날은...
ⓒ 전고필

사뭇 진지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태관광의 또 한 측면을 생각해 보았다. 그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서 그들이 살려준 연어들이 아직 큰 강으로 나서지 않고 무리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직 적응훈련이 필요한 탓인가 보다 하면서...

이윽고 10만 마리의 방류행사를 마치고 화개 농협 2층에 마련된 미술전시회를 관람했다.
섬진강 주변에 살고 있는 식물과 경관을 그린 두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아이들의 부모 모두 그림에 욕심을 내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시회 참관이 끝나고 모두는 다섯 대의 대형 버스에 몸을 실고 구례로 갔다. 우리밀을 재배하여 밀가루와 술을 만드는 공장에 가서 우리밀 수제비를 먹고 밀밭을 밟아 주기 위함이다. 그 곳까지 함께 하며 밀가루 수제비를 먹고 전을 먹으며 세 번째의 섬진강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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