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 사이를 이간질했습니다

<보길도에서 보내는 편지>

등록 2001.06.10 21:37수정 2001.06.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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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말

나는 오늘 실언을 했습니다.
한 친구에게 다른 친구의 험담을 했는데, 잠시 후 그 친구가 찾아와 자신이 없는 곳에서 왜 나를 헐뜯었느냐며 나를 원망하고 저주했습니다.
집회서에서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실언으로 고통 당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나는 말을 함부로 하여 불행을 자초했습니다.


나는 친구 사이를 이간질했습니다.
우애 깊던 두 친구는 원수가 되었습니다.
집회서는 또 이렇게 가르치는데 나는 가르침을 배반했습니다.

"남을 헐뜯고 이간질하는 자는 저주받을 것이다.
이런 자들 때문에 평화롭게 사는 많은 사람들이 망하였다.
매에 맞으면 맷자국이 날 뿐이지만 혀에 맞으면 뼈가 부서진다.
칼에 맞아 죽은 사람이 많지만 혀에 맞아 죽은 사람은 더 많다.
혀의 공격을 당하지 않는 사람, 그 광분을 겪지 않는 사람, 혀의 멍에를 지지 않고 그 사슬에 묶이지 않은 사람은 행복하다."

오늘 내 짧은 혀에 맞아 한 친구는 다리가 부러지고 한 친구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2)고행

진정한 고행이란 무엇입니까.
불볕의 사막을 건너고 설산을 넘는 고투와 외로움, 그것이 고행입니까.
장좌불와, 10년 면벽, 그것이 고행입니까.
고행입니다. 그 상징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낙타는 짐까지 싣고도 거뜬히 사막을 건너지 않습니까.
은행나무도 눕지 않고 한 곳에서 천년을 서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그런 것들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행려자를 일으켜 세우고, 노숙자에게 잠자리를 주고, 굶주린자를 먹이고,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병자를 치유해주고, 일자리 없는 자에게 일을 찾아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고행이자 보현행이 아니겠습니까.


혼자 하는 일은 쉽습니다.
함께 하기는 진실로 어렵습니다.

진정한 깨달음은 산이나 사막에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도에 히말라야에 사하라와 타클라마칸 사막에 깨달음이 있겠습니까.
사람의 산에 사람의 사막에 깨달음이 있습니다.


(3)빛과 어둠

빛의 반대편에 어둠이 있다고 신을 원망하지 마십시오.
빛은 신의 것이지만 어둠은 인간의 것입니다.

어둠을 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빛을 만든 신이 어둠을 만들었을 리는 없습니다.
스스로 창조한 것이 아니므로 신도 어둠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 속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신에게 간구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어둠은 다름 아닌 인간 자신이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하여 인간은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인간이 만든 어둠임으로 인간은 당연히 어둠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신은 빛을 던져 줄 뿐 어둠 속에서 인간을 건져줄 수 없습니다.
빛이 오는 길을 따라 어둠 속을 빠져나갈 것인지는 순전히 인간 자신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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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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