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梨牛)

강제윤의 <보길도 편지>

등록 2002.02.04 11:38수정 2002.02.0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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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설산, 달밤, 칼빛, 긴꼬리, 차고 영롱한 보검
梨牛는 제 꼬리가 자랑스럽다. 梨牛는 꼬리를 핥는다
숫돌에 벼려지는 칼날, 梨牛, 혀를 벤다. 피가 스민다
혀끝에 감기는 피. 梨牛는 꼬리가 달다
겨울, 설산, 달밤, 기울도록 梨牛는 꼬리를 핥는다
단 맛에 취해 핥고 또 핥는다. 그렇게 죽어간다
梨牛


설산에 이우라는 동물이 산다 합니다.
이우는 꼬리가 길고 칼처럼 날카롭습니다.
이우는 아름다운 제 꼬리를 무엇보다 아끼고 사랑합니다.
개나 고양이가 제 몸을 핥아가며 깨끗이 하듯이 이우는 제 꼬리를
아껴가며 조심조심 핥습니다.
그러다 혀를 베고 맙니다.
날카로운 칼에 베인 혀에서는 피가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이우는 피맛이 좋습니다.
달큰하고 맛있는 그 즙이 제 꼬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맛에 취해 끊임없이 꼬리를 핥고 또 핥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죽어갑니다.
아, 나는 이우처럼 살다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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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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